<우리곁의문화유산>고창 무장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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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전북고창군무장면 무장읍성 안의 무장객사는 따스한 온기와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예외적인 옛 관공서 건물이다.

객사(客舍)란 임금의 명을 받고 중앙에서 파견돼 나온 관리가 이용하던 숙박시설.보통 가운데 주관(主館)을 중심으로 좌우 익헌(翼軒)으로 지어지는데,주관은 임금을 상징하는 궐패를 모셔두고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고을 수령및 대소 관헌이 모여 대궐을 향해 배례하던 곳이고,좌우 익헌은 숙소 용도로 쓰였다.이러한 기능 때문에 객사는 관아와 주택 건축의 복합형이게 마련이고,중앙에서 나온 관리를 위한 건물이었기에 해당 지방에서 제일 경치좋은 곳에 세워졌다.

무장읍성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토성으로 조선 태종때 크게 손봐 옹성과 해자까지 갖춘 작지않은 규모의 성이었다고 하는데,지금은 남문과 토성의 일부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읍성의 남문인 진무루를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객사와 객사 앞에 늘어선 역대 수령의 송덕비들이 있고 무장초등학교 운동장과 학교 본관 뒤쪽에 동헌 건물 하나가 남아있다.

선조14년(1581)에 건립된 무장객사는 주관과 좌우 익헌이 낮은 축대 위에 서 있는 각각 정면 3칸,측면 3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집이다.좌우 익헌의 건물 높이가 주관보다 낮은 것은 임금을 상징하는 공간과 신하가 사용하는 공간에 차별을 두기 위함이다.건물 전체에는 별반 장식이 없지만 축대 모서리와 계단 마구리돌을 살펴보면 뜻밖에도 소담하게 꽃을 꽂은 화병과 복실복실한 동물들이 조각되어 있다.은근히 위엄스럽던 건물이 이 조각으로 인해 한층 친근하게 느껴진다.

비록 지금은 객사를 찾아와 머무르는 옛 관리들은 없지만 대신 초등학교 아이들이 객사 마루에 삼삼오오 올라앉아 동화책도 읽고 재잘대며 공기놀이를 하곤 한다.그래서인지 시원한 나무 그늘 속에 고즈넉하게 들어선 객사의 마루 한쪽에 앉아 옛 건물과 어우러진 초등학교 아이들 표정을 좇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가는길=고창읍에서 15번 지방도로를 따라 5.8㎞ 가면 아산면 소재지인 하갑리에 닿고 하갑리에서 앞으로 난 15번 지방도로를 따라 7.4㎞ 가면 무장면 성내리에 이르고,길 오른쪽에 무장읍성이 나온다.객사는 읍성 안쪽 무장초등학교 옆에 있다.

글=김효형〈한국문화유산답사회〉사진=김성철〈사진작가〉

<사진설명>

무장읍성 안에 있는 무장객사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관공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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