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보람컨설팅 정신문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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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박 사''연구소장''교수'직함을 내미는 강사들 틈바구니에서 정신문(52.한국보람컨설팅원장)씨의 초등학교 4학년 중퇴학력은 단연 눈에 띈다.그 학력만큼이나 강사데뷔도 극적이다.어려운 살림에서 자라 아이스크림 장사.철공소 용접.택시운전등 닥치는대로 일하면서 살아온 그의 자칭'인생 비약계기'는 강사들을 싣고 다니는 렌터카기사가 되면서부터다.

그의 인생화두는“아내에게 인정받고 자녀에게 존경받자”.아내의 인정은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면 되지만 자녀의 존경은 그것만으론 안된다.못배운 것이 부끄러웠던 그는 매일'모시고 다니는'강사들의 강의를 받아 적고,이를 세자녀에게 쓰는 편지속에 녹여 전한다.

그러기를 11년.매해 1천통 남짓한 편지를 썼을 뿐 아니라 그가 기록한 강의도 1천여강사,5천여회에 이른다.이 엄청난 데이터베이스가 소문나자 처음에는 강의준비하는 강사들이,이어서는 강사섭외를 하는 담당자들이 도움을 청한다.이러저러한 주제의 교육인데 어떤 강사가 좋겠냐고.강의를 오래 듣다보니 강사 개개인의 특징,장단점을 제 손바닥보듯 파악하게 된 것이다.그 뿐 아니다.청중의 관심을 장악하는 노하우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됐고,그 덕에'강사들을 위한 강사',즉 산업강사 양성과정에 초빙되면서 그 자신도 강단에 서게 된다.강사들의 가방을 받아주고,구내식당에서 대신 밥을 타다주던 그 운전사가 바로 강사로 변신한 성공담이라니! 정 씨는 어느 강의보다 흥미진진한 이 성공담이 바로 그를 강사로 찾게하는 힘이란 걸 안다.그래서 강의자랑이 조심스럽다.별다른 지식이 있어서라기보다“서당개 삼년에 풍월 읊는 것”“한약방 약장에서 이 약 저 약 꺼내 조제하는 것”이란다.그런데도 이'풍월'의 인기는 만만치 않다.

스케줄이 빡빡하게 강연요청이 들어오고,'제 머리 못깎는'강사들을 교육담당자와 연결시켜주는 강의컨설팅까지 하다 보니 주위의 대접도 많이 달라졌다.

성공하겠다고,행복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성공과 행복이 찾아오는 것.그래서“말이 곧 창조주”라고 표현하는 그는“불러주니까 강사지,내일이라도 안불러주면 다시 운전대 잡아야지” 한다.

그가 전하는 강의철학 몇 토막.우선 산업강의를 듣는 청중들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아니라는 것.아무리 훌륭한 이론을 강의해도 '10분마다 양념을 넣지 않으면' 졸게 마련이다.그래서“생활의 유머가 풍부할수록 강사자질이 있다”고 말한다.웃다가 별 실속없이 끝나는 A씨같은 강의를 두고는 그는 주저없이 '미장원강의'라고 잘라 평한다.반면 듣기 거북한 소재도 자기 주관으로 과감히 풀어내는 B씨 강의는 신선하며,대학강단 출신의 C씨 강의는“익살스럽긴 하지만 반말도 잦고,한쪽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앉는 자세가 듣는 사람들을 얕보는 것같다”고 평한다.종교색 강한 D씨 강의는“웃음약 만큼이나 아멘약 처방이 잦은 것이 흠”이란다.진중하면서도 막힘없는 말투로 마치 강연하듯 자기 이력을 들려주던 그가 인터뷰 말미에 털어놓기를,실은 대인공포증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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