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오만 교육망친다 - 서울대 이준구 교수 교지 '관악'서 맹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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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대의 오만한 입시정책과 근시안적 교육개혁이 한국교육을 망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李俊求.사진)교수가 최근 발간된 교지'관악'여름호에서'우리 교육 되살릴 수 없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서울대 입시정책과 교육개혁을 강하게 비판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고교 2년생인 딸과 중3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이자 교육담당자로서 참담한 교육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투고 동기를 밝힌 李교수는“서울대는 입시제도 하나를 바꿈으로써 우리나라 중.고교 교육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교육당국은 3~4년 단위로 입시제도를 고쳐대고 서울대는 오만한 자세로 대입정책을 세우는 바람에 우리나라 교육은 창조적 두뇌로 미래를 짊어질 영재를 길러내는데 실패했고,나아가 공중도덕마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李교수는 특히“90년대 초반 서울대가 대입시험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서 일본어를 제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고교생들의 엄청난 혼란과 함께 자율적인 고교교육을 가로막은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일본어를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 넣을 경우 결과적으로 제2외국어의 일본어 편중현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학생의 권익을 침해하면서까지 고교 교과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서울대가“99학년도부터 수능시험및 대입시험에서 제2외국어를 반영하니 일선고교는 이에 대비하라”고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도 횡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李교수는 이어“캠퍼스에서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면서도 태연한 표정을 짓는 학생을 보면서 전인(全人)교육을 부르짖는 우리교육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이“학벌주의등 사회적 요인을 외면한채 대입제도 개선만으로 과열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교육개혁방식 때문”이라며“학력고사에서 본고사로,다시 수학능력시험으로 입시제도가 바뀌었지만 과외열풍등 중.고교 교육파행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李교수는 교육개혁에 대해서도“학교운영위를 만들면 학교가 민주화되고 생활기록부를 도입하면 중.고교 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부산을 떨었지만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교장들의 반발속에 부작용만 노출시켰다”면서“교사들의 촌지수수가 문제된다면 이들의 처우를 대학교수 수준으로 향상시켜 사명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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