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 고문, 표훑기 자유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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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찬종(朴燦鍾)식 대의원 공략'이 시작됐다.체면과 형식논리를 별로 안 따지고 직접 대의원들에게 다가가“저는 이렇습니다”하는 식이다.

신한국당 박찬종고문은 15일 오후 서울관악갑 지구당(위원장 이상현의원)을 방문했다.대의원들과의'무제한 자유토론(朴고문측 표현)'을 위해서다.5평 남짓한 위원장실에 난데없이 칠판이 놓여지고 대의원 2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李위원장은“朴고문의 부탁을 받고 연락 닿는 대로 대의원들을 불렀다.하지만 특정주자를 지지하는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朴고문은 자기 스타일 대로 접근해 들어갔다.그는 칠판에 숫자를 쓰고 그림까지 그려가며 열변을 토했다.朴고문은“경제계와 학계.언론계.군등 사회 각 분야는 모두 50대가 주축인데 정계만 60대 이상의 장로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그는 또“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경영 관리위원회의 의장으로서 나라를 이끌겠다”고 했다.朴고문은 나름의 치밀한 준비를 한 것 같았다.강연 막판엔 주택난.과외문제.범죄급증등 시민들이 가장 관심있는 주제들을 집중 거론했다.그러면서 대의원들에게“주권의식을 가지고 투표에 임해달라”고 하소연했다.강연도중 대의원들과 눈을 한번씩은 꼭 맞추는 것도 그의 전략으로 보였다.재미있는건 대의원들의 반응이다.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철제의자에 걸터앉은 대의원 가운데는 열심히 메모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40여분간의 강연이 끝나자 10여명이 잇따라 질문공세를 벌였다.

“딸이 밤길에 귀가하는걸 걱정하지 않게 만들 방법이 있느냐”“교통난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작은정부와 공무원 감축은 정말 이뤄질 수 있느냐”는등 주로 정책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그러나“지구당을 운영하려면 현실적으로 돈이 들어간다.무조건 고비용 청산만 얘기하면 그게 맞는거냐”는등 고백성 질문도 나왔다.

토론을 마친 朴고문은“민심과 대의원심(心)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면 안된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그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대의원 공략을 계속할 방침이다.그게 과연 얼마나 먹혀들었는지는 7월21일 경선날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혁 기자

<사진설명>

박찬종 신한국당 고문이 15일 오후 서울관악갑 지구당을 방문해 대의원들과 난상토론을 벌이며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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