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金心 빙자한 잡음 우려 - 김영삼 대통령 競選 철저중립 재천명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신한국당 경선에 관한한 철저중립'이라는 입장을 여권에 다시 전달했다.이번에는 그 의지가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는게 박관용(朴寬用)신한국당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권 고위관계자들의 얘기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의지의 재확인은 그가 일시적 국내부재와 당 대의원들의 자유.소신투표 희망,범민주계 모임인 정발협의 지지후보 선정 움직임등을 염두에 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金대통령이 현재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국내에 없는 동안 당에서 불공정 경선시비등 잡음과 소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金대통령 부재를 틈타 여권의 어느 한쪽에서'대통령 의중은 이렇다'는등 소위 김심(金心)을 빙자해 경선판도에 영향을 주려는 행태가 나타나는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당의 분열 조짐이 나타날 것이며,경선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金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과 당에 엄정중립 의지를 다시 한번 전달한 것같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정발협이 8명의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거쳐 지지후보 선정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기간이 바로 金대통령의 국내부재 시기와 겹치는 것도 金대통령으로선 신경쓰이는 대목일 것이다.

정발협은 다음달초 지지후보를 공식 발표하기로 하고 오는 20일부터 준비작업에 착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느 특정주자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고,이는 곧'김심'으로 포장되거나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당내 최대세력인 정발협이 가지는 무게를 고려할때 이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정발협과 현재 대치상태인 이회창(李會昌)대표가 강력 반발할 수도 있으며,상황에 따라선 예비후보들 사이에서'탈당불사'등의 극한적인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金대통령이 우회경로를 통해 청와대 비서관출신인 김무성(金武星).김길환(金佶煥)의원등에게 정발협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향후 정발협 움직임과 관련해 어떤 오해도 받지 않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金대통령은 자신이 없는 동안 당을 도맡을 李대표측도 겨냥해 중립의지를 거듭 확인했다는 관측도 있다.

다시 말하면 李대표 진영이 소위'대세론'을 확산시킬 목적에서 '김심'을 등에 업은 것처럼 언행할 가능성도 사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밖에 지구당과 시.도지부 대회를 치르면서 확산되는 대의원 소신투표 바람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한 당직자는“대통령이 대선후보를 뽑기위한 전당대회를 명실상부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이를 대선 승리로 곧바로 연결시키려면 대의원들의 자유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같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金대통령의 이같은 중립의지 확인이 과연 경선 종료때까지 계속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나타낸 여권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