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정비 8~9월 본격화 대운하 전제 절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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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토해양부는 올해 ‘MB노믹스’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정부기관이다. 이명박 정부가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는 ‘녹색 뉴딜’의 핵심인 ‘4대 강 정비 사업’을 맡고 있다. 2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4대 강 야전사령관인 정종환(61·사진)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났다. 1시간30분 동안 그는 손짓을 섞고, 때로는 책상을 두드려가며 격정적으로 정부 정책을 설명했다.

-왜 지금 4대 강 정비인가.

“그간 하천 정비를 제대로 못해 강바닥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낙동강 주변은 강바닥이 주변 농토보다 높은 곳도 많다. 여기다 댐도 제대로 못 세워 물 부족이 심각하다. 주변 환경도 문제가 많다. 녹색 성장을 하려면 강이 제 기능을 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왜 지금까진 못 했나.

“환경단체의 반대로 역대 정부가 운신의 폭이 좁았다. 또 강에 근본적으로 손을 대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한데 이런 얘기만 꺼내면 예산 당국이 부정적으로 나왔다. 실무자나 장관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얘기다. 이번에 통치권 차원에서 결심을 했다.”

-4대 강 본류는 지류보다 범람 위험이 적은데 왜 제방을 쌓느냐는 비판도 있다.

“모든 강에 제방을 쌓겠단 게 아니다. 제방이 필요한 곳은 쌓지만, 반대로 낮춰야 할 곳도 있을 것이다. 비가 많이 오면 지류에서 사고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본류는 한 번 터지면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태풍 매미 때를 떠올려보라.”

-5월까지 마스터플랜을 만든다고 하는데, 일정을 당길 수는 없나.

“강 전체를 보는 것이어서 시간이 필요하다. 최대한 당긴 것이다. 본격적인 공사는 8~9월쯤 시작할 것이다.”

-대상을 4대 강에서 더 늘릴 생각은 없나.

“마스터플랜을 만들면서 섬진강을 같이 검토할 생각이다. 섬진강은 물도 비교적 많고, 보존도 잘된 강인데 어떻게 친수(親水) 공간을 넓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 강을 살려놓고 친수 공간을 많이 확보하면 관광 목적으로도 훌륭하게 쓸 수 있다.”

-4대 강 정비 사업에서 19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정부 추산은 부풀려진 느낌이다.

“우리 마음대로 계산한 게 아니라 한국은행의 산업별 고용효과 자료에 따라 산출했다. 건설 부문 취업이 12만 명, 연관된 다른 사업의 고용 창출이 7만 명이다. 실제 사업을 통해 검증해봤더니 한은 자료보다도 고용이 더 늘더라. 일자리 창출 효과가 분명히 있다.”

-지난해 말 첫 삽을 떴지만, 하루 100여 명이 일할 뿐이다.

“지금은 착공한 게 두세 곳밖에 없어서 그렇다. 5월 마스터플랜이 나오고, 전국에 걸쳐 공사가 시작되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포클레인 대신 삽으로 강을 파면 일자리가 더 늘 거란 지적도 있다.

“(웃음) 건설은 아무리 기계화돼도 사람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다. 특히 강 정비는 사람 손이 가는 일이 꽤 많을 것이다. 어쨌든 가급적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 가능하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실직으로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다.”

-4대 강을 이으면 그게 바로 대운하 아니냐는 말이 있다.

“대운하를 전제로 4대 강 사업을 하는 게 절대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는 안 한다고 선언했다.”

-경인운하의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상당히 보수적으로 경제성을 검토했다. 논란이 많으니까 이거 후하게 해선 안 되겠다 싶었던 것 같다. 이렇게 보수적으로 했는데도 비용보다 편익이 많다고 나왔다. KDI 발표는 신뢰해야 한다.”

-지난해 부동산 규제를 많이 풀었는데.

“지금까지의 부동산 규제 상당수가 집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써선 안 되는 극약 처방을 한 거다. 가격·거래 규제 등 쓸 수 있는 대책은 다 얹어놨다. 이건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 잘 나가는 시기에 풀면 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다. 올해도 5~10%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부동산값이 급락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은 막아야 한다.”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를 1월 안에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설 지나고 관계기관 회의를 하겠다. 지금 강남에 투기 재연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호가 중심으로 올랐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를 푼다고 집값이 갑자기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청약통장이 여러 종류이고, 청약 가점제가 너무 복잡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까지 가로막는 거 아닌가.

“주택 청약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사실 민간주택을 청약으로 한다는 건 어느 면에선 좀…. 주택정책의 틀이 바뀌면 청약제도 역시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주택 공급 계획은.

“2기 신도시 사업은 예정대로 하지만, 이후 추가 신도시는 가급적 안 하려 한다. 도심 역세권 등에 주택을 더 공급할 방안을 찾겠다. 그린벨트 가운데 보존가치가 낮은 곳에 소규모 분양주택을 지어 합리적 가격에 공급할 수도 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은 예정대로 하나.

“반드시 한다. 세계적으로도 택지개발과 주택을 분리한 나라가 거의 없다. 과거엔 나눴어도 전부 합치는 추세다. 합치면 비용이 절감되고 택지·산업단지 같은 토지개발 이익을 주택 부문으로 넘겨 분양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건 의지의 문제다. 그동안 의지가 부족했다.”

만난 사람=고현곤 경제정책데스크
정리=김선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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