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간 21편, 489쪽 다뤄…지도엔 동해-일본해 병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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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12면

1890년부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희귀 사진을 수록한 『은자의 나라』(2002년, YBM/Si-sa 출간)

“한국은 세계 제12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가 됐으며, 정치적으로는 생기 있는 선거를 치르는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했다.” 2003년 7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비무장지대-한국의 위험한 분단’이라는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한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창간 3년째인 1890년부터 2009년까지 21편의 한국 관련 주요 기사를 실었다. 분량은 489페이지에 달한다.

120년 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작가와 사진 작가들을 보냈다. 구한말, 일제 침략기, 해방 직후 상황, 한국전쟁, 경제발전, 88올릭픽 등 환희와 슬픔의 역사적 장면을 기록에 담았다. 그들이 담은 한국의 문화와 풍습·거리·시장·집과 생활양식·궁궐 등의 모습은 2002년 『은자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역대 편집장 중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도 있었고 한국에서 초병으로 근무한 사람도 있었다. 김희중(에드워드 김)씨는 동양인 최초로 사진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는 세계적인 지도 제작사다. 미국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는 지도 세트를 선물한다. 세계지도 업체 중 상당수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기 방식을 따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세계지도(Atlas of the World)』 제7판(1999년간)까지만 해도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라고만 표기했으나 2000년 1월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창간과 함께 한국판을 발행하는 YBM/Si-sa의 요청으로 ‘Sea of Japan(East Sea)’이라는 방식으로 동해가 괄호 안에 등장했다. 2007년 ‘비무장지대’ 기사의 특별부록 지도에서는 비록 한국 영해에 국한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East Sea(Sea of Japan)’, 즉 ‘동해(일본해)’로 표기했다. 동해가 괄호 안이 아니라 밖에 표기될 수도 있는 중요한 선례를 남긴 것이다. 또한 부록 지도는 독도(Dokdo)로 단독 표기하며 “한국이 행정적으로 관할, 일본이 영유권 주장(administered by South Korea, claimed by Japan)”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독도가 한국의 행정 구역 단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 일본판은 일본해를 괄호 속에 표기하고 독도를 한국의 행정구역이라고 표시한 것에 대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본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불행히도 2004년 나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세계지도』 8판에서는 독도가 ‘Dokdo(Takeshima, Liancourt Rocks)’로 표기되며 다케시마가 괄호 안에 등장했다. 일본의 맞불 외교로 동해가 괄호 안에 들어간 반대급부로 다케시마도 괄호 안에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행정적으로 관할…”이라는 설명은 8판에도 반영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무대로 벌어지는 동해·독도 표기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외교력을 포함해 국력을 키워야 함은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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