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소변활용 공장 - 녹십자, 북한과 합작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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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평양시내 중심부에 한국투자기업이 들어선다. 지난달 31일부터 7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허영섭(許永燮)녹십자회장은 11일“동평양지구에 유로키나제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북측 합작상대인 광명성경제연합회와 합의했다”고 밝혔다.그는 또“양측 정부의 투자승인이 나는 대로 공사에 들어가 연내 가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이에 앞서 녹십자는 통일원으로부터 방북(訪北)승인을 받았다.이번 합작에서 녹십자는 3백만달러 어치의 시설과 기술을 투자하고 광명성경제연합회는 토지.건물을 제공하게 된다.

녹십자는 이곳에서 하루 1만8천명분의 소변을 처리해 현재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반제품 물량의 절반인 30만병분을 만들어 국내로 가져올 계획이다.유로키나제는 소변 속에 섞여 나오는 신장분비효소를 추출해 14단계의 공정을 거쳐 응축.동결한 것으로 급성뇌졸중.심장마비의 원인이 되는 혈관막힘을 뚫어 주는 급성구급약이며 하루 치료비만 1백38만원에 달하는 초(超)고가 의약품이다.

그러나 소변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배설한지 8시간 이내에 수거가 완료돼야 하며 한꺼번에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등의 특성 때문에 대규모 집단화장실이 많고 교통난이 없는 곳에 생산공장이 지어져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한국에서도 80년대까지만 해도 고속도로휴게소.학교 화장실등에서 흔히 녹십자의 소변수거통을 볼 수 있었는데 수세식화장실 보급에다 교통난 심화로 사라졌다.그후 녹십자는 중국에서 수요량 전부를 반제품 형태로 들여오다 이번에 북한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녹십자 관계자는“북한은 교통난이 없는 데다 인건비.세금등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면서“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시내에 공장을 짓게 된 것도 신선도 유지등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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