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교 영어 교육 어떻게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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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부터 서울 지역 1248개 모든 초·중·고교가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10년 초·중학교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모든 고교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와 영어회화 전담교사가 1명 이상씩 배치될 전망이다. 특히 2011년부터 중·고교는 모든 영어수업을 수준별로 옮겨 하고, 회화 위주의 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이런 내용의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경회 부교육감은 “중·고교 1학년은 올해 1학기 영어 능력 평가부터 말하기 평가 비중이 10%까지 높아진다”며 “학생 간 실력 차를 감안해 2011년부터 모든 학년이 3~5단계의 수준별 수업을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영어 공교육 강화안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교육과학기술부 오석환 영어교육강화추진팀장은 “시교육청이 세부 실행 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전국으로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준비가 미흡한데 너무 서두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을 걱정했다.

◆영어 교사 세분화한다=시교육청은 영어 교과 교사 외에 원어민 영어 교사를 2012년까지 학교당 1명씩 확보할 방침이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 대신 영어 교과 전담교사에게 수업을 맡길 예정이다. 교원 자격증을 가진 영어 능통자 1800명을 계약직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채용해 2012년까지 수준별 이동수업이나 방과 후 학교 수업에 활용키로 했다. 영어 과목 교사와 원어민 보조교사로 ‘2원화’됐던 시스템을 영어 과목 교사, 원어민 보조교사,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3원화’하는 것이다.

김 부교육감은 “고교까지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배치가 완료되는 2012년부터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영어 실력이 처지는 학생은 대학생 보조교사 등이 특별지도하고, 방과 후 학교와 영어체험캠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교사 실력 부족해 실현 미지수=서울 노원구 화계중은 3학년 한 반에 39명이나 된다. 이 학교 영어 교사는 “1~2학년과 달리 과밀화된 학급에서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기가 쉽지 않다”며 “수준별 이동수업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교사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까지 2500명을 3~6개월간 국내외에서 연수를 받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자기진단’을 통해 연수가 필요하다고 희망하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고척고의 임동원 교장은 “수능 독해 위주로 가르쳤던 40~50대 교사들에게 갑자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라면 힘들다”며 “원어민과 영어회화 전담교사와 대비돼 교사의 사기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원 투자 계획도 수정이 필요하다. 서울 지역 영어 공교육 강화에 들어가는 예산은 2012년까지 4700여억원이다. 이 가운데 원어민 강사와 영어회화 전용강사 인건비, 영어전용교실 비용이 전체의 70%인 3200억원 가까이 된다. 정작 필요한 수업 개선 연구비(연평균 17억원)와 연수비(연평균 80억원)가 적어 ‘영어 벙어리’ 탈피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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