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리포트>개혁앞장 넴초프 부총리 뒷주머니 챙기다가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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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명령으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시작된 뒤 상황이 우습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제1부총리로 기용되면서 청렴의 기치를 내걸었던 보리스 넴초프(사진)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본인은 부인하지만 그가 전에 살던 니주니 노브고로트시의 저택과 어머니의 집을 무리하게 자신의 소유로 만들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언론에 따르면 딸의 취학문제로 아직 니주니 노브고로트시에 남아있는 부인 라이사는 남편이 부총리가 된 직후인 4월9일 그동안 살던 집을 사유화했다.

러시아에선 국가소유의 집에 사는 사람들이 약간의 세금만 내면 자기집으로 만들 수 있으나 주택수리비와 보유세등을 내지 않으려 사유화를 미루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따라서 라이사의 행동은 모스크바로 이사하게 되자 뒤늦게 재산을 챙긴 약삭빠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넴초프 자신도 가족과 함께 주거지 등록을 않고 홀로 살고 있는 어머니의 집에 동거인으로 등록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이는 어머니가 사망하면 동거인이 없을 경우 집이 국가에 반납되지만 동거인이 있으면 주거권을 물려받을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에게 국가가 배정해준 모스크바 시내 중심부 주택도 시가 73만달러(6억5천만원)나 되는 호화주택이라는 사실도 이래저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옐친대통령 자신도 러시아 국민들 눈으로 보면 상당한 재력가라는 지적도 있다.그는 손녀를 포함,6가족의 재산이기는 하지만 20만달러(약 1억8천만원)에 해당하는 부동산과 95년 구입한 4㏊(약 1만2천1백평)땅,외제자동차를 보유했다고 재산을 공개했다.

그밖에 재벌급 이상으로 축재했다는 소문이 있는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제1부총리가 재산을 공개하면 러시아 국민들의 입이 튀어나올게 분명하다.러시아의 공직자 재산공개는 시작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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