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랑스 左右同居의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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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떨어지는 인기를 막겠다고 열달이나 앞당겨 실시한 프랑스총선에서 시라크대통령의 우파연합은 참패를 당했다.이번 총선에서 사회당을 주축으로 한 좌파연합은 반수를 30석가량 상회하는 다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프랑스 5공화국사상 세번째로 좌우동거(左右同居)정부가 들어서게 됐다.시라크 우파 대통령과 조스팽 좌파 총리가 공동 조타(操舵)할 프랑스의 앞날에는 불안요소가 많고,유럽통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결과는 세계적인 관심을 끈다.

좌파의 약진은 저성장 고실업의 프랑스경제에 실망을 느낀 유권자들의 변화욕구에 힘입은 바 크다.따라서 좌파정부는 성장회복까지는 몰라도 실업증대만은 막아야 할 부담을 지고 동거에 들어간다.이미 사회당은 근로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여 실업을 막고,일부 임금인상공약을 내건 바 있다.좌파는 국영기업 민영화도 재검토하고 유럽통화동맹 가입이 프랑스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나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한마디로 좌파는 조스팽의 말대로 보다 인간적인 경제정책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공공지출의 삭감이라는 보다 시장경제적인 수단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우파정책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딜레마인데,유권자들은 사회보장체제의 축소 아닌 현상유지에서 자신들의 행복을 찾겠다는 선택을 했다.

특히 공산당이 참여해야만 좌파가 과반수를 유지하게 된 것은 앞으로 프랑스정치에 상당한 변수가 될지 모른다.공산당은 최저임금인상과 유럽통합유보를 주장하는 등 급진노선을 달리고 있다.때문에 사회당은 우선 공산당과의 정책 조율(調律)부터 신경을 써야 할 입장이다.

시라크대통령은 선거운동기간중 좌우동거 정부가 들어서면 프랑스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결과는 그의 걱정대로 됐지만 86년부터 3년동안 미테랑 밑에서 우파총리를 지낸 사람이 바로 시라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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