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80% 역대 최고 ‘허니문’ 신기록 세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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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식(20일) 직전 워싱턴 포스트(WP)와 ABC방송의 여론조사에서 80%의 국민 지지율을 받았다. 1930년대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지난해 11월의 67%, 12월의 76%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오바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첫 내각 인선 과정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때문인지 야당이 될 공화당과 언론에서도 비교적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와 국민·언론 간의 ‘허니문(honeymoon·밀월)기간’이 얼마나 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국의 신임 대통령은 암묵적으로 통상 100일 정도의 허니문 기간을 가져왔다. 이 기간엔 야당과 언론은 신임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를 존중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은 각자 상황에 따라 달랐다. 국민과 언론의 태도는 쉽게 바뀌기 때문이다. 지지도 69%를 얻어 오바마 못지않은 인기 속에 집권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이 단 35초에 불과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도 한 달 만에 주저앉았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물러난 닉슨에게 형사책임을 추궁할 것이냐는 숙제가 그에게 던져졌다. 포드가 닉슨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하자 언론과 야당은 공세로 돌아섰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허니문도 취임 한 달 만에 금이 갔지만, 그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이 두 달 후에 발생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반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높은 지지율이 이어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린든 존슨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재선된 뒤 2차 허니문 기간을 즐겼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바마에게 쏠리는 높은 인기와 기대감이 그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가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자마자 경제 살리기를 위해 국민들에게 희생과 양보를 요구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와 심화되는 경제위기를 짊어진 그의 임기 4년이 가시밭길의 연속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오바마가 100일간의 전통적인 허니문 기간을 모두 채운다 해도 가을께엔 시련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지역구에서 여름휴가를 마친 뒤워싱턴에 돌아온 의원들은 1년 후 자신들의 재선을 의식해 거칠게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허니문 기간은 오바마가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곁들였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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