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들 국정 복귀 돌아온 박영준·이주호 ‘차관 정치’에 힘 보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은 15명의 차관(급)을 새로 임명했다. 면면부터가 간단치 않다. 윤진식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은 2003년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의 전신) 장관을 지냈다. 정부 출범 초 대통령실장 하마평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그러나 차관급인 경제수석에 기용됐다. 신임 경제수석의 중량감이 새 경제팀의 팀워크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윤 수석 외에도 이 대통령은 측근들을 정부직 요소요소에 차관으로 기용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개각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그렇다. 그는 경선·대선 과정에서 조직 관리란 궂은 일을 도맡았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을 하면서 ‘인사 실세’로 떠올랐고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을 때엔 ‘왕비서관’으로도 불렸다. 소장파로부터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듣고 지난해 6월 물러났으나 이번에 복귀했다. 그는 ‘승진’도 했다(1급→차관급). 박 신임 국무차장은 19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내각 곳곳에 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은 이명박 청와대의 1기 멤버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물러날 때까지 7개월여간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일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교육 정책 브레인이기도 했다. 3단계 대입 자율화, 다양한 학교 설립 등의 정책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관은 일종의 현장 사령관”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교육 개혁 프로그램을 하나씩 실천할 수 있도록 부처에서 힘쓰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들의 기용을 두고 “오래전부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정책적으로 보좌했던 인물들”이라며 “일선에 투입해 경제 살리기를 위해 총력을 매진하는 데 앞장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에선 그동안 차관 정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힘 있는 차관이 장관을 보좌, 관료들을 다잡고 이명박식 개혁 프로그램을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자”(여권 인사)는 거다. ‘장관=외부 전문가(또는 명망가), 차관=실무 관료’란 기존 틀로는 개혁을 감당하기 역부족이란 인식 때문이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정무차관을 임명해 당·정·청이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차관 정치의 모델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제2차관이 거론된다. ‘실세 차관’으로 불리는 그는 유인촌 장관과 함께 YTN·MBC 등 예민한 현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며 정부 입장을 관철해 왔다.

관료 출신이긴 하지만 기획재정부 허경욱 제1차관, 행정안전부 정창섭 제1, 강병균 제2차관도 눈길을 끌고 있다. 통상 인사 수순과 달리 장관과 함께, 또는 장관 인선 이전에 임명을 통보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그만큼 차관을 중시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연금 개혁 등의 현안이 산적한 보건복지부도 개혁 작업을 주도할 차관감을 물색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차관 포석을 두고 여권 내에선 대통령 측근들이 50대 전후라 장관으로 임명하기에 무리라는 현실적 이유를 드는 시각도 있다.

고정애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