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축하공연 수십만 인파 “우리는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가수 스티비 원더 [AP]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20일)을 하루 앞두고 미국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19일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오바마 당선인은 워싱턴 북서쪽 월터 리드 육군병원을 방문해 상이군인을 위로하는 것으로 이날 봉사축제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전날 워싱턴 링컨 기념관에서는 ‘우리는 하나(We Are One)’라는 주제로 열린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한편 이번 취임식에도 외국 정상은 참석하지 않는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취임식에는 많은 군중이 몰리고 경호 문제도 있어 각국 주미 대사와 부인 이외엔 외국 정부 인사는 공식 초청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가자, 워싱턴으로”=18일 오후 2시30분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비욘세, 보노, 브루스 스프링스턴, 스티비 원더 등 유명 연예인이 대거 참여한 이날 행사엔 오바마와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및 가족도 참석했다. 그동안 정치행사에 참석하지 않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환영 연설을 해 눈길을 끌었다. 19일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을 맞아 워싱턴 도심에선 수십만 명이 참여한 행렬도 이어졌다. 시내 곳곳에 간이 화장실이 대거 설치됐으며 오바마 전신 사진 옆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미 정부는 워싱턴뿐만 아니라 인근 버니지아·메릴랜드주에도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모일 것에 대비해 워싱턴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취임식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 워싱턴 내셔널 몰(국립공원) 양편에는 도로와 내셔널 몰을 차단하는 철망이 설치됐다.

◆때아닌 성형 바람=오바마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 전역에서 파티 바람이 불자 보톡스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일간지 USA투데이는 19일 최근 들어 워싱턴 피부과에선 보톡스 시술이 두 배로, 잡티 제거 레이저 성형 시술은 세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시술은 35세 이상 여성이 많이 받고 있다.

티나 알스터 피부과 전문의는 “파티나 취임식에 젊은 모습으로 가기 위해 보톡스 시술을 받겠다는 손님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최근 보톡스 시술을 받은 잰 린치(59)는“남편도 고급 정장을 새로 장만했다”고 말했다.

◆케냐·모교도 축제 열풍=오바마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 코겔로 마을도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코겔로 마을 주민들은 16일부터 전통 춤 공연과 체육 행사를 열고 있다. 케냐 정부도 환영 인파가 몰리고 있는 코겔로 마을에 음식을 제공했다. 현재 코겔로 마을에는 ‘오바마의 케냐 할머니’로 불리는 사라 아냥고가 살고 있다. 오바마의 할아버지는 세 번 결혼했다. 오바마는 둘째 부인의 손자다. 사라는 오바마 할아버지의 셋째 부인이다. 현재 친가 쪽에서 생존하고 있는 유일한 할머니지만 사실 오바마와는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다. 그런 사라는 취임식 참석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기 전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미 연방 상원의원의 자격으로 케냐를 방문했을 때 그의 위상을 실감했다”며 “뭔가 큰 일을 할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모교인 뉴욕의 컬럼비아대도 잔치 분위기다. 캠퍼스 인근 주점에는 “행복한 날들이 다시 왔다. 83년 졸업생 오바마 대통령을 축하합니다” 등의 문구가 들어간 스티커가 곳곳에 나붙었다. 오바마는 LA 옥시덴털대를 다니다가 81년 컬럼비아 대학에 편입해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

◆인도네시아서도 오바마 열기=인도네시아 자바주 반둥에서 사진사로 일하는 일함 아나스(34)가 오바마를 닮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오바마가 승리한 직후 친구들이 장난 삼아 내게 양복을 입히고 오바마처럼 포즈를 취하게 한 뒤 사진을 찍어 포털에 올렸는데, 사진이 빠르게 퍼지면서 TV와 광고회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필리핀의 한 제약광고에 오바마 대역으로 출연했다. 인도네시아의 한 TV는 취임식이 열리는 20일 아나스를 ‘오바마 닮은 인물’로 특별 출연시킬 예정이다. 오바마의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은 오바마 아버지와 이혼한 뒤 인도네시아 남자인 롤로 소에토로와 결혼해 인도네시아로 이주했다. 오바마는 유년시절 인도네시아에서 4년간 살았다.

강병철 기자,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