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흥미 못붙이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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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서리가 4개인 모양을 뭐라고 하지?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배종수교수가 민서원양에게 도형의 개념을 설명해 주고 있다.

뚫/려/라/공/부/체/증 - 전문가에게 묻다 - 민서원(도곡초2)

공부방법을 몰라 답답할 때, 성적이 제자리걸음일 때. 공부에 해법이 필요할 때.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길을 제시한다. 공부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 독자를 선정,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자문단은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고민이 해결될 때까지 프리미엄과 자문단이 함께 지속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공부 SOS’를 외치고 싶은 독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민서원(9·도곡초2)양의 어머니 이복남(34·남양주시 와부읍)씨는 수학 공부만 하려고 하면 자지러지게 싫어하고 울어버리는 딸아이가 안타깝기만 했다. 때론 한 자릿수 덧셈·뺄셈도 어려워해 혹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집중하는시간이 무척 짧고 학습 전반에 대한 흥미도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어떨 땐 어려운 문제도 잘 푸는 것을 보면 정말 몰라서 공부를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직장생활 하랴, 두 동생들 돌보랴 바쁜 탓에 못 챙겨줘 그런 것인지… 높은 점수를 바라는 건 아니고요, 수학에 작은 흥미만이라도 붙였으면 해요.” 엄마의 바람은 소박했다.
 
■ 동생과 비교 말고 아이만의 공간 만들어줘야= 이씨의 ‘SOS’에 도움을 주려 나선 자문단은 서울교대수학교육과 배종수 교수와 시매쓰 압구정본원 조경희 원장, 김봉수학습클리닉 김봉수 원장.

 

 서울교대 연구실을 찾은 서원이에게 배 교수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몇 살이니?” “9살요” “그래? 그럼 서원이는 몇 달이나 살았을까? 1년은 12달인데… 복잡하니까 10달이라고 치자. 100달이 넘을까?” “아뇨”“와, 잘 아네. 그럼 엄마는 몇 달이나 살았을까?” “340달 정도요” 이 씨는 두 자릿수 곱하기까지 대답해내는 서원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어 몇 가지 질문을 더 해본 뒤 배 교수는 “또래 수준에 비해 결코 뒤처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습지로 단순 연산 공부만 반복해 ‘수학은 재미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 같다”며 “격려와 칭찬을 꾸준히 하면서 학습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경희 원장은 이씨에게 서원이의 지난 학습 배경 및 가정환경을 꼼꼼히 물었다. 조 원장은 주 양육자인 친할머니의 역할과 한 살 터울인 남동생과 서원이의 관계에 주목했다. 가장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할머니가 사실상 학습 지도를 해주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어린 동생들에만 관심을 쏟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또 수학을 곧잘 하는 남동생과 계속해서 비교 당하다보니 주눅이 든 상태. 조 원장은 “이번 방학 때 어머니께서 서원이만을 위해 하루 30분만 할애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서원이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학습의 절대량을 늘리고 2학년 과정을 꼭 복습할 것도 함께 제안했다.

 서원이는 앞으로 시매쓰 덕소 캠퍼스의 곽종태 원장으로부터 더욱 집중적인 관리와 지도를 받기로 했다. 목표는 수학에 흥미 붙이기. 재미있는 활동 놀이를 중심으로 수학의 기초를 쌓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 공부 흥미 없는 이유 주의력결핍 때문= 이씨는 서원이의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걱정이다. 조금 산만하기는 해도 특별히 문제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아 간단한 놀이학습만 시켜온 터다. 내친 김에 김봉수학습클리닉을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았다.
먼저 시각·청각·억제지속·간섭선택주의력을 진단하는 집중력 검사가 40분간 진행됐다. 처음에는 신기한 듯 지시사항에 따라 검사를 잘 받던 서원이. 그러나 금세 몸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다. 40분이 다 돼갈 때 쯤엔 몸을 들었다 놨다 어쩔 줄을 모른다. 겨우 검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뒤 다시 이어진 지능·정서 검사. 상담 심리 전문가가 1대1로 아이의 상태에 맞춰 진행한 이 검사는 1시간 정도 소요됐다. 마지막으로 학습 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느 쪽 두뇌가 발달되어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뇌파 검사를 실시, 두뇌의 활성화정도를 시각적으로 보기로 했다.

 총 3시간 반 정도 걸린 긴 검사의 결과를 놓고 김봉수 원장(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은 조심스레‘주의력 결핍’ 소견을 내놨다. 지능지수는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지만 집중력 점수가 낮은 것이 문제라는 것. 뇌파 검사에서도 집중력에 영향을 주는 전두엽의 기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원장은 “부모들이 보통 과잉행동 장애를 보이는 아동의 문제점은 잘 발견하지만 주의력 결핍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지 공부에 흥미가 없다고 여기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 부모의 다그침 때문에 정서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 서원이의 경우 심각한 정도는 아니어서 이곳에서 지원하는 집중력 훈련 및 인지행동 치료를 받으며 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

 서원이는 학습클리닉에서 받은 질문지에 ‘나는 공부가 좀 부족하다’ ‘수학 계산이 잘 안될 때 짜증이난다’ ‘수학이 재밌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고 써넣었다. 엄마는 그런 서원이가 더욱 안쓰럽기만 하다. 서원이와 엄마의 작지만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서원이의 이야기는 앞으로 독자페이지를 통해 다시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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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choi@joongang.co.kr
(이름·연락처·고민사항 기재)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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