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눈길 끄는 인사 내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004년은 삼성전자가 본사 기준으로 매출 57조원에 영업이익 12조원을 기록한 황금기였다. 당시 최고경영진의 면면은 윤종용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이상완 LCD총괄 사장이었다. 휴대전화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14%까지 끌어올리며 노키아·모토로라를 추격했다. 이미 세계 정상을 굳힌 반도체는 18조원 매출에 7조여원 이익이라는 믿기 어려운 실적을 뽐냈다. 당시 이윤우 부회장은 대외협력담당과 종합기술원장을 겸했다. 최지성 부사장이 사장으로 막 승진해 디지털미디어(DM)총괄과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게 된 것도 그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09년 1월, 삼성전자의 수뇌부는 이윤우·최지성 ‘투 톱 체제’로 개편됐다. 최 사장은 이공계 출신인 이 부회장이나 황 사장과 달리 상과대(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마케팅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1977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물산과 비서실을 거친 뒤 85년 삼성반도체 구주법인장으로 발령받았다. 부임 첫해 1000쪽에 달하는 기술서적을 달달 외우고, 유럽 현지의 전화번호부에 나온 업체들을 무작정 찾아가는 저돌적 영업으로 100만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팔았다는 일화를 남겼다. DM총괄을 맡은 뒤 처음 내놓은 작품이 ‘보르도’ LCD TV였다. 2006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첫선을 보인 이 제품으로 삼성전자는 TV를 만들기 시작한 지 34년 만에 일본 소니·샤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2007년 휴대전화 등을 담당하는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옮긴 뒤엔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2위 자리를 다졌다. 이번 인사로 50대의 최 사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리더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는 평도 나온다.

<그래픽 크게보기>

최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 스타 CEO였던 이기태 부회장과 황창규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난다. 2007년까지 7년 동안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지낸 이 부회장은 삼성 휴대전화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면서 ‘애니콜 신화’의 주역으로 통해 왔다. 황 사장은 해마다 메모리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만들고 실현시키는 등 ‘반도체 신화’를 써 왔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건설·조선 부문의 CEO들과 ‘재무통’ CEO들이 각광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과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은 실적을 바탕으로 각각 소속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생명, 삼성투신, 그룹 비서실에서 재무를 맡아 왔던 배호원 전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5월 삼성 특검 사태로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물러났으나 이번에 삼성정밀화학 사장으로 돌아왔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