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출마 선언한 이수성 고문 민주계와 언제든지 협력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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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신한국당 경선출마를 선언한 이수성(李壽成)고문은 28년간 서울대교수로 봉직,직선총장을 지냈다.상아탑의 체취가 물씬 풍겨야할 李고문은 실제로는 그 반대다.

대한민국의'3대 마당발',친화력의 화신,가장 정치적인 교수등의 닉네임이 줄곧 따라다녔다.그가 교수에서 총리로,다시 여권의 대통령후보에까지 도전케 된 이면의'정치적 잠재력'은 그래서 항상 화제가 되어왔다.

총리시절 그는“차차기에나 한번 바람을 피워보겠다”고 했다.그러나 신한국당 고문이 되면서“나혼자 편안히 사는게 옳지 않은 것같다”“출마는 자기희생의 문제”라며 서서히 분위기를 띄워갔다.지나친 우국충정의 상징조작이 아니냐는 일부 시선속에서도 그는 김구(金九)선생 묘역.현충사.백담사 방문등'역사기행'을 강행하며 관심을 계속 이어지게 했다.총리시절 그는 역대 총리중 처음으로 광주 5.18묘역을 찾았다.고위 공직자로는 처음으로 골프를 치려는 파격과 불우이웃 방문등을 시도했고 설렁탕.추어탕.소줏집을 즐겨 찾아'서민총리''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양론을 낳았다.

95년1월 서울대총장 선거도 그의 잠재적 정치력을 얘기해주는 중요한 일화다.여타 4명의 후보가 출신고교별 학연을 기준으로 경쟁한 가운데 서울고 출신인 그는 오히려 경기고등 타고교 출신 교수들을 집중 파고들어 승리를 일궈냈다.물론 총장시절에도 그는 손학규(孫鶴圭.신한국).이석현(李錫玄.국민회의)의원등 여야의원 4명의 후원회장을 맡는 친화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가 서울대총장 비서실장으로 있던 시절 출입기자로 가까이 지냈던 강성재(姜聲才.서울성북을)의원이 최근 李고문 지지를 선언할 정도로 그의 평소'동생.후배'관리는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서울대 학생처장시절 서울역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을 설득,해산케 하고 학교에 돌아온 1천여명 학생들에게 밥을 해먹인 일도 있다.그의 보스기질.의협심을 짐작케 해주는 셈이다.다음은 일문일답. -당내 민주계 모임인 정발협(政發協)의 대안중 한명으로 거론되는데.“민주계뿐 아니라 모든 분들과 만나겠다.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뜻이 같다면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다.” -지난 TV토론에서 민주계에 상당한 애착을 표명했는데.“민주계와 국민회의의 상당부분,그외 상당수 인사들이 민주화에 기여했다.민주계에 대한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당내 지지세력이 약한 상황에서 경선 실무준비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친소(親疏)관계의 세(勢)라는 점에서 현재는 약세다.그러나 누가 우리나라를 위해 더 낫겠느냐 하는 점에서의 세는 가면서 자연히 형성할 수 있다.” -경선승리를 위해 합종연횡할 가능성은.“지금은 바로 1차투표에서 1등하기를 희망하고 있다.3위밖으로 밀려나면 사람을 가장 사랑할 줄 아는 주자를 밀겠다.” 최훈 기자

<사진설명>

이수성 신한국당 고문이 26일 서울광화문 동원빌딩에 대선준비를 위한 개인사무실을 연뒤 기자회견을 통해 준엄한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받기 위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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