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도소 무기수 신창원 탈옥사건 20일로 미해결인채 넉달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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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판 쇼생크탈출'로 관심을 모았던 부산교도소 무기수 신창원(申昌源.30) 탈옥사건이 20일로 넉달이 지났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한마디로 말해 짙은 안개 속이다.심지어 건국이후 최초로'성공한 탈옥사건'으로 기록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찰도 이제 거의 손을 떼다시피한 상태다.부산과 서울에 수사본부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다.10명 안팎의 수사팀만이 평소 업무를 보면서 수사를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특히 사건 초기에 잇따르던 제보도 뚝 끊겨 경찰로서도 특별히 해볼 도리가 없어진 것이다.

한 수사 관계자도“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한쪽 구석에 틀어박혀 있으면 어떻게 찾아내겠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탈옥사건과는 달리 申이 추가범행을 저질러 신분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누가 봤다”는 제보도 없어 그저 답답할 뿐이다.

이제까지 국내 탈옥사건이 모두 10일안에 잡히거나 자살로 끝났던 것에 비해 너무 대조적이다.

경찰이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탈옥수 주변 수사.어차피 申이 살아있다면 옛 애인이나 가족.친구들을 만나려 애쓸 터고 그래서 주변만 잘 감시하면 申을 검거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경찰은 현재 申이▶산속이나 가정집등에 철저히 숨어있거나▶외국으로 밀항했거나▶아니면 깊은 산속등에서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申사건이 이같이 장기화된데는 申에 대한 정보부족과 지나치게 시민제보에만 의존한 탓이다.경찰이 초동수사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제보에만 의존해 수사하는 바람에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과 부산에 설치된 수사본부와 또 다른 경찰의 공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문제. 실제로 지난 4월6일에는“申 탈옥에 관여한 金모씨를 안다”는 제보가 부산경찰청에 접수됐지만 경찰청은 수사본부(강서경찰서)에 제때 통보하지 않았다.이에 경찰청은“조금 늦게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한 수사관계자는“겉으로 드러난 것이 이것 뿐이지 더 많은 정보가 수사진들 사이에 교환되지 않고 있다”며“申 검거때 주어질 1계급 특진을 노린 것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어쨌든 이 사건이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지,아니면'국내 탈옥사건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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