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미국 직물제품 생산지표시 논란-유럽, 미국법에 큰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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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백화점에서 비싼 돈을 주고 고급 구치 스카프를 샀다.이 스카프의 비단은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디자인.표백.염색등 가공이 이탈리아에서 이뤄졌다면 이 스카프는'중국제'인가'이탈리아제'인가. 지금 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간의 논쟁이 한창이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이 지난해 7월부터 모든 직물은'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진 국가의 생산지 표시를 해야한다는 법을 만들면서부터.이 법에 따르면 애초 중국에서 생산된 비단은 가공이 유럽에서 이뤄졌어도'중국제'로 표시해야 한다.그러나 당초 중국에서 수입한 싸구려 비단제품을 판매하는 업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이 법이 구치.베르사체.에르메스 같은 유럽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업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전체 비단의 90%를 생산하고 있어 이들 유명업체도 중국에서 비단천을 수입하고 있다.문제는 스카프.넥타이등의 생산이 유럽에서 이뤄졌어도 중국제 비단천이라는 이유로'중국제'란 라벨을 달고 미국시장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들 유명업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이탈리아나 프랑스제품이 중국제라고 표시된다면 상품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것.소비자들도 유명 디자이너 제품의 생산지가 중국이라고 표시된다면 수백달러를 들여 그 제품을 사겠느냐는 반응이다.

이탈리아.프랑스등 유럽측은 이 법의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대부분의 업체들도 여전히 중국산 비단천을 사용한 제품에'이탈리아제''프랑스제'라는 라벨을 붙여 수출한다.

미국은 유럽의 반발을 고려,'중국제'표시를 하지않은 제품들도 통관을 시켜주는등 아직까지는 이 법을 강력히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법개정은 고려하지 않는 상태. 일부에서는'중국 비단천으로 만든 이탈리아제'같은 형식으로 생산지 표시를 하자는 중재안도 내놓고 있으나 유럽업체들은 자신들의 제품에'중국'이라는 단어를 표시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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