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김영삼 대통령 두양조사때 김현철씨 돈받은 사실 처음 믿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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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극도의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물론 차남 김현철(金賢哲)씨 때문이다.하지만 이유는 현철씨의 구속에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현철씨마저 돈을 받은 것이 확인된데서 오는 허탈감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金대통령은 취임초 여러 가지 정책을 내걸었다.하지만 지켜지지 못한 것들이 많다.예컨대'잦은 개각을 하지 않겠다'든지,'여당총재로 차기후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등은 지키지 못했거나 못할 형편이 됐다.그러나'어떤 명목으로든 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는 결심은 고집스럽게 지켰다고 주변에서는 강조한다.金대통령 나름대로는 여기서 도덕적 힘이 나온다고 믿은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아들까지 돈을 받아 온 것이 밝혀지자 金대통령은 매우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최근 金대통령은 누군지에게 모를 소리로“그럴 줄 몰랐다”는 말을 되뇌곤 한다는 후문이다.“그 놈이 그렇게까지 할 줄이야”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더 이상의 말은 없지만 측근들은 현철씨 얘기로 이해한다.한 측근은“金대통령은 아들이'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1백% 믿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이 현철씨가 기업 돈을 받은 사실을 안 것은 두양그룹 김덕영(金德永)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부터라고 한다.한보청문회때만 해도 현철씨에 대한 공격을'정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던 金대통령의 인식도 이때부터 전환됐다고 한다.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도 비통함에서 벗어나 이때부터는“하나님의 뜻대로 가겠지”라는 말을 한다고 전해진다.孫여사는 요즘 3녀 혜숙씨의 딸인 외손녀의 재롱에 시름을 잊고 있다고 한다.문제는 金대통령의 수습행보.측근들조차 金대통령이 이같은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해 정국수습방안을 내놓을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한 측근은“金대통령은 이번 일로 부정부패의 근절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했을 것”이라며“그러나 이제 손대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적 한계가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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