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 할아버지가 세웠던 초등학교 60년 만에 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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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중국 총리가 그의 할아버지가 설립했고, 자신의 모교인 초등학교를 60년 만에 재건했다고 주간지 남방주말(南方週末) 최근호가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말 원 총리의 고향인 톈진(天津) 베이천(北辰)구 이싱부(宜興埠)진에선 한 초등학교 재건 행사가 열렸다. 톈진시 교육 당국은 2007년 11월부터 1년간 공사해 3만9200㎡ 규모의 초현대식 학교를 완공했다. 재건 행사에는 원 총리의 숙부 원창(溫强)옹이 참석했다.

보육(普育)학교라 이름 붙여진 이 학교는 당초 원 총리의 할아버지 원잉스(溫瀛士·1895~1960년)가 설립한 학교가 전신이다.

원 총리가 2003년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에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나의 조부와 부모님이 모두 교육자였는데 전란 와중에 할아버지가 세운 학교가 불타 없어졌다”고 언급했던 학교다. 1919년부터 10년간 톈진 제5소학교(공립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던 원 총리의 할아버지는 29년 이싱부에 있던 낡은 여신묘(사당)를 학교 건물로 개조하려 했지만, 일부 수구파의 반대에 부닥쳤다. 그는 교장직에서 물러난 뒤 동향 사람들의 도움으로 30년 ‘원씨 사립 보육 여자소학교’를 설립했다. 학교는 33년 사립보육소학으로 개칭했다. 48년 만 여섯 살이던 원 총리도 이 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이 한창이던 48년 12월 국민당 군이 톈진 근교 13개 촌을 불태우면서 이 학교는 잿더미로 변했다.

원 총리의 할아버지는 47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그는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되 관직에 나가거나 돈을 벌지 말고 반드시 교육자가 돼라”고 자식들을 훈계했다. 그의 뜻에 따라 원 총리의 부친 원강(溫剛)과 어머니 양슈안(楊秀安), 고모까지 교육자로 활동했다. 원 총리도 교육에 대해 남다른 열의를 보여 최근에는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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