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있으면 벌받아야' 김영삼 대통령 평온 - 김현철씨 구속 청와대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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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7일 이른 아침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여느 때 처럼 마산의 부친 홍조(洪祚)옹에게 문안 전화를 걸었다.金대통령은 홍조옹이 손자얘기를 꺼내기 전에 미리“걱정마이소”라고 말했다고 한다.청와대 관계자는“홍조옹이 손자의 구속에 얼마나 속상하시겠느냐”면서“그래서 金대통령은 불효(不孝)의 심경까지 갖고 있다”고 전했다.

金대통령은 이어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으로부터 현철(賢哲)씨가 검찰 소환에 반발했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보고받았지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미 金대통령은 아들 구속문제에“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로 심경의 한 면을 비췄다고 한다.고위 당국자는“현철씨가 남겼다는 구술서를 보면 金대통령이 아들 때문에 얼마나 속이 썩었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오전10시 金대통령이 주재한 수석회의에서 현철씨와 관련된 화제는 없었다고 윤여준(尹汝雋)대변인이 전했다.헌정사상 처음인 현직 대통령 아들의 구속에 따라 바깥쪽의 긴장과 달리 청와대는 겉으로 평온하고 침묵을 지켰다.

尹대변인은“아들 구속을 보는 아버지로서의 아픔보다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움이 더 큰것 같다”고 말했다.金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는 관저를 떠나지 않았다.孫여사는 성경책을 읽거나'김남조(金南祚)시집'을 펼치면서 아픈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고 한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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