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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따개 때아닌 수난시대 - '기성시대유물' 돌려따는 캡맥주 광고서 푸대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수십년간 애주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병따개가 느닷없이 프리미엄 맥주광고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 엑스필,OB맥주는 카프리를 병따개가 필요없이 마개를 돌려따는 이른바'트위스트 캡'제품으로 선보이면서 저마다'병따개여,안녕'을 외치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면 품질 특성을 알리는데 열을 올리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기법의 광고전이다.

지난달말 조선맥주가 하이트맥주 돌풍이후 4년만에 모처럼 내놓은 신제품 하이트 엑스필은 20대 전후의 젊은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병따개를 기성세대 음주문화의 유물로 몰아세운다.

“아저씨들은 정말 못말려”라고 포문을 연뒤“숟가락으로도 따고,라이터로도 따고,어떨땐 이빨로도 딴대…”라고 꼬집는다.그러면서“우린 그냥 손으로 가볍게 따자”라며 트위스트 캡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식이다.

엑스필은 또 브랜드를 두 종류로 나눠 흰색은'수컷',청색은'암컷'을 나타나게 함으로써 이른바 커플맥주라는'의인화'개념을 시도하고 있다.

남녀친구.연인.부부끼리 손으로 마개를 따 병째 마시는 감각맥주로 마개를 풀면서 꼬였던 일도 동시에 풀어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카프리는 95년7월에 나온 제품을 이번에 트위스트 캡 형태로 바꾸면서“오프너여 안녕”이라는 고별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카프리는 아예 병따개가 목매달아 자살하는 장면을 부각시키면서“이제 다시 너를 못 보겠구나,네 뜻대로 잘 가렴”이라고 애도까지 한다.

엑스필이나 카프리가 품질보다 병따개를 광고소재의 전면으로 내세운 것은 무엇보다 밀러.코로나등 수입맥주 돌풍을 의식했기 때문이다.손으로 간편하게 돌려따는 수입맥주에 급속히 길들여진 신세대를 고객으로 다시 끌어들여 외국산의 시장잠식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엑스필과 카프리가 용량 3백30㎖로 소형화를 추구한 것도 밀러.코로나를 겨냥한 시도로 봐야 한다.

밀러나 코로나처럼 손으로 그냥 따서 컵 없이 병째 마시는 젊은층의 음주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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