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신문고' 행사서 터져나온 불만 - 정부발표 믿었다가 자금만 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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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보에 1억6천만원어치 부품을 납품했으나 구제조치에서 외면당하고 있다”“제품을 납품받고 고의로 부도낸뒤 도주한 사기꾼을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 13일 오후 서울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신문고(申聞鼓)'행사에는 경영애로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신문고'를 두드린 중소기업인들의 간절한 사연들이 잇따랐다.

비가 내리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백20명의 중소기업인은 그동안 관계당국으로 들고 다니던 서류뭉치들을 꺼내 재정경제원.중소기업청.은행감독원등 12개 부처 18명의 실무간부(과장및 계장)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열린 이 행사는 개인면담 형식을 통해 자금.인력.세제.입지.기술.환경.공정거래(하도급)등 9개 분야로 나뉘어 이뤄졌는데 특히 한보그룹 부도와 관련한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인들이 많았다. …한보철강 협력업체인 신우금속의 이종만(李鍾萬)사장은 지난해 11~12월 한보철강에 1억6천만원어치의 부자재를 납품했으나 한보철강이 어음 발행을 미루는 바람에 어음을 못받아 현재 채권확인도 받지못한 상태라고 하소연. 李사장은 특히“현재 부산지역 한보 납품업체들의 경우 6개월짜리 어음을 받았기 때문에 어음결제가 이뤄지는 이달부터 연쇄도산등 부산지역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일엔터프라이스 관계자는 “정부가 한보철강 부도어음을 신규어음으로 바꿔준다고 하고서는 '나 몰라라'해 운전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며 12개월짜리라도 신규어음으로 신속히 교체해달라고 요구. …합성목재 제조업체인 세진우레탄의 이세원 상무는“경제사범에 대한 형량이 너무 낮아 물건을 납품받은뒤 고의로 어음을 부도내는 사기꾼들이 많다”며“계획적인 어음 남발을 막을 정부대책이 없느냐”고 호소. 李상무는 또“외국인 연수생 2명이 2년의 연장기간이 만료되자 도주,귀국하지 않는 관계로 신규 연수생을 받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연수생이 귀국하지 않더라도 신규인원을 받게 해줘야 한다고 건의. …H제약 관계자는“보건복지부가 한약규격품을 제정.보급한다고 발표해 1백80여 업체가 설비를 새로 마련하고 규격화에 대비했으나 장관이 여러번 바뀌면서 유야무야돼 설비자금 때문에 부도위기를 맞고 있다”며 투자설비 보상방법을 협의. …레이저 수술기 제조업체인 티엠시의 박경량 사장은“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치과수술용 레이저를 개발했으나 상품화에 소요되는 운영자금 5억원이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 이영렬 기자

<사진설명>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13일 가진'중소기업 신문고'행사에서 전국 각지로부터 모여든 1백20여명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재정경제원등의 관계자들에게 경영상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해결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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