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북한 식량난 해결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북한 식량난 해결을 위해서는 식량원조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농업발전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한 자급자족의 내생(內生)적 농업발전이 한계에 부닥친 만큼 국제협력에 의한 외생(外生)적 농업발전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2차대전 이후 대외 농업개발원조나 기술원조의 틀속에서 농업분야의 국제협력을 주도해온 나라는 미국이었다.자국의 대학과 농업개발 수혜국의 대표적인 대학을 연계해 농업개혁을 시도했다.수혜국의 농업관리 사정이 다양한데다 적정기술을 제공해야 하는등 어려운 문제가 많아 모든 사례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례는 성공적이었다.때문에 북한의 농업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더욱이 한국과 북한은 한민족이어서 농업분야의 협력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6.25동란의 폐허속에서 서울대 농과대학은 한.미양국 협약에 따라 미국 미네소타대와 연계해 우리 농업을 발전시킨 경험이 있다.

또 우리나라의 '통일쌀'개발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과 농촌진흥청,필리핀 소재 국제미작연구소가 국제적으로 협력해 이룩해낸 성과다.

게다가 북한처럼 뒤처진 개발도상국가에 필요한 적정기술을 제공하는데는 우리나라같은 선발(先發)개도국이 가장 적절한 개발협력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최근 전국 농학계 대학장협의회가 북한측에 남북간 농업과학자 교류를 제의한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다.북한이 정권의 안정성을 최대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제할 때 남북한 전문교수들간의 단계적 교류를 통한 협력확대는 좋은 방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적으로 북한의 식량.농업개발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국내 교수요원들의 효율적 연구와 활용을 위한 특별조치가 필요하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이 국내 농과계 대학의 중심이 돼 이 역할을 떠맡아야 하며 연구본부도 서울대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한 농업의 현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북한을'지역특화'해 개량 옥수수를 대대적으로 재배하면 유리하다.

북한은 특히'권위적 혁신수용 의사결정'체계를 갖고 있어 파종종자 선택및 관리등 농업경영 결정이 용이하므로 당장 실천할 수 있다.북한의 태도변화도 기대해 본다. 왕인근 <서울대 명예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