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자금 유입 규명에 주력 - 김현철씨 비자금 검찰수사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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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사장에 대한 검찰수사를 통해 김현철(金賢哲)씨의 비자금 규모와 돈세탁 수법등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철씨측 비자금이 20억원대로 거론되던 수사 초기“너무 큰 액수를 기대하지 말라”며'엄살'을 떨던 검찰은 현철씨와 측근들의 관리자금 규모가 1백억원대를 넘어선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외압에 굴하지 않고 얻어낸 수사성과는'대선자금 정국'과 맞물려 오히려 검찰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 되고 있다.

현철씨의 비자금중 상당부분은 그동안 검찰이“이번 사건 수사의 본질이 아니다”며 외면해왔던 92년 대선당시 쓰고 남은 정치자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게'정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논란끝에 현철씨 비자금과 관련된 잉여(剩餘)대선자금 부분은 제한적으로라도 파헤칠 수밖에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선자금을 건드리지 않으면 현철씨와 측근들이 시인한 이권개입 대가 수수금품 액수와 자금추적등 수사결과 드러난 현철씨 비자금 총규모 사이에 격차가 생기게 되고 이를 검찰이 외면할 경우 또다른 의혹의 빌미가 된다는게 수사팀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심재륜(沈在淪)중수부장도“현철씨 비자금이 대선과정에서 쓰고남은 자금인지 여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특히 검찰이 귀국 당일 李씨를 소환한 직후 ㈜심우 대표 박태중(朴泰重.구속중)씨와 백창현(白昌鉉)씨를 전격 소환조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朴씨와 白씨는 92년 대선당시 김영삼(金泳三)후보의 외곽 선거운동조직인'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의 사무국장과 총무부장을 지내 어떤 형태로든 대선을 위한 조직운영자금에 손을 댄 핵심 인물들이다.

또 수사팀은 재수사 착수 이후 대선자금에 대해“세상의 모든 의혹이 한꺼번에 해소될 수 없다.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언급,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칼'을 댄다는 입장을 시사했고 나사본및 나사본 하부조직'청년사업단'자금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했다.

따라서 검찰은 현철씨 비리의혹을 정면돌파한다는 자세로 1단계로 이성호.김종욱씨등 현철씨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들을 통해 비자금 규모와 돈세탁 경위를 밝혀낸 다음 2단계로 박태중.백창현씨에 이어 김기섭(金己燮)씨를 소환,현철씨 비자금중 대선자금 잉여분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은 기업인과 현철씨 조사를 통해 이권개입 대가 액수만을 사법처리하는 마지막 3단계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권영민.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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