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단일후보 김대중 총재案에 자민련 의견 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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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위기정국을 기회로 삼으려는 자민련의 움직임이 날렵하다.

김종필(金鍾泌)총재는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듯 독자적인'대통령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하고,김용환(金龍煥)총장은 당을 대선준비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국민회의쪽에'내각제 당론채택'을 압박하고 있다.

한켠에 물러나 있던 박철언(朴哲彦)부총재도 박태준(朴泰俊)씨와 '도쿄면담'을 한뒤 부쩍 활동량이 늘었고,제3의 세력이라할'TK(대구.경북).충청권 비주류그룹'의 목소리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김복동(金復東)수석부총재가 주재한 지난 10일의'자민련 간부 12인 난상토론'도 이같은 변신을 느끼게 했다.

당사에서 권위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됐던 간부회의는 장소를 힐튼호텔로 옮긴데다 오전7시30분부터 무려 4시간20분간 지속됐다.자민련 창당이래 가장 속깊은 얘기들이 오갔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6월24일 전당대회까지 확정지어야 할 대선정국 관련 당의 전략.노선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은 접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은 작지만'자민련 3색(色)'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내각제 추진일정과 후보단일화 방법등 중심현안에 상당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김대중총재에 대한 생각부터 3색간에 큰 차이가 있다.

金총재가 야당단일후보로 되는 것에 박철언부총재는 거부감이 별로 없다.내각제와 후보단일화가 한묶음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인식도 국민회의측 입장에 근접한다.늦어도 6월까진 DJP간에 후보단일화의 방법과 절차를 합의해 국민앞에 공표하고 10월까지 단일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종필총재와 김용환총장의“선거전날에도 극적인 후보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주류측 판단에“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반박한다.

다소 편차는 있지만 정치현실론자인 박준규(朴浚圭)의원도 朴부총재의 생각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단일화의 명분때문에 공개표명은 않고 있지만 충청권출신의 비주류와 다수 TK의원들은“김대중씨로 후보단일화가 되면 동참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이른바 자민련의'제3의 세력'이다.

정석모(鄭石謨)부총재.강창희(姜昌熙)의원.안택수(安澤秀)대변인.이의익(李義翊)의원등이 여기에 속한다.

후보단일화론자와'제3의 세력'사이에 金총재.金총장 라인의 주류가 있다.국민회의의 19일 전당대회를 지켜보고 6월 자민련 전당대회까지'연내 내각제실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게 이들의 구상이다.

대선정국을 내각제 중심세력과 대통령중심제 고수세력간의 대결로 규정하고 내각제 세력으로 자민련.국민회의.박태준씨.신한국당 대선주자들중 일부를 상정하고 있다.물론 그 대표주자는 김종필총재라는 논리가 이어진다.자민련의 3색은 격변하는 정치상황 속에서 원심분리현상을 가속화시켜 당의 균열로 치닫게 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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