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펀드 고수에게 물어보니 “금리·환율은 잊고 기업만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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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가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조마조마해 하는 데도 지쳤다, 한번 고른 종목을 믿고 묵묵히 기다려보겠다…. 이런 투자자들은 가치주 펀드의 고수들에게 한 수 배워볼 만하다. 이채원(사진左)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과 허남권右 신영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국내의 대표적 가치주 펀드의 운영자인 두 사람의 공통된 조언은 “주가지수에서 눈을 떼고 기업을 바라보라”다. 모든 주식이 동반 추락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오르는 주식은 오르고, 내리는 주식은 내리는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현재 가치에 집중하라=가치주 펀드는 한마디로 ‘소심한’ 펀드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섣불리 전망하려 들지 않는다. 순간순간 오르내리는 지수판에도 무심하다. 대신 기업의 현재 가치와 주가의 차이를 깐깐하게 따진다. 기업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다고 판단하면 사들인다. 그리고 주가가 제 가치만큼 오를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린다. 보통 약세장에서 가치주 펀드가 선방하는 이유도 이런 보수적 운용 방식 덕이다. 허 본부장은 “미래 가치에 따른 상승은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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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은 “올해는 금리·환율은 잊고 오직 기업만 보라”고 권했다. 위기는 계속되겠지만 그 ‘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 시스템이 붕괴될 것 같은 격렬한 위기가 지나가고, 경기침체라는 길고 지루한 위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 장기전에서 살아남을 기업과 그렇지 못할 곳을 가려내는 ‘혜안’이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현금이 많고 부채가 적은 기업 ▶지난해 이익이 크게 줄지 않았던 기업 ▶시장지배력이 있는 1등 기업을 주목하라고 권했다.

◆확신 안 서면 기다려라=기업 가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폭락에도 ‘좋은 기업’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내려갔다. 이 부사장도 “최근 기업 실적이 급격한 내리막길을 타고 있어 제 가치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예상과 달리 선전하는 기업은 물론, 의외로 추락하는 기업도 나타날 것”이라며 “1분기 실적이 나오는 4~5월 이후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허 본부장은 “주가가 내렸다는 건 가치 투자자에게는 가장 큰 호재”라고 했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내재가치를 따라간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폭락은 제값보다 싼 주식이 많아졌다는 얘기와 같다. 허 본부장도 “낙폭이 컸던 우량주들을 펀드에 편입시키고 있고 지난해에는 돌아보지 않았던 자동차·정보기술(IT) 등 경기에 민감한 종목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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