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살펴본 工學 실패담 '인간과 공학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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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81년7월 미국 캔자스시티 하얏트 리젠시 호텔 로비 위의 고가통로가 무너져 1백14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고가통로의 무게를 위.아래로 분산시키는 원래 설계 대신 전체 고가의 하중이 윗부분 버팀대에만 집중되는 시공법을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시공비를 줄이고 시공법을 간편하게 하려던 설계자의 의도가 참사를 불렀다.

최초의 상업용 제트비행기인 드 해빌랜드 코멧은 52년 취항한지 1년도 안돼 세차례나 공중 폭발했다.이유는 객실 유리창이 이륙때 압력의 차이를 견디지 못해 균열을 일으켰기 때문. 이같은 사고들은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엔지니어들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그러나 과학자들은 원인규명 작업을 벌여 더 안전한 고가통로와 제트비행기를 탄생시켰다.

공학의 역사를 통해 공학자와 건축가들이 그들의 실패를 어떻게 딛고 어떤 발전을 이뤘는가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미국 듀크대 석좌교수며 토목공학자인 헨리 페트로스키가 쓴'인간과 공학 이야기'(지호刊). 저자는 공학이 예술과 과학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공학은 컴퓨터와 같은 정확한 계산과 더불어 예술가의 상상력에 비견할만한 공학자의 창조력이 빚어내는 조화라는 것.따라서 공학자들은 예술가들처럼 퇴고와 수정을 거듭하는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미국 워싱턴주의 터코마네로스 다리는 날씬한 디자인으로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던 현수교였다.그러나 이 다리는 시속 70㎞의 바람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다른 다리보다 강도가 센 들보를 사용했지만 두께가 얇아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결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 다리가 무너진뒤 다리 건설자들은 교통량과 바람을 고려한 튼튼한 현수교를 만들게 됐다.

79년 DC-10 여객기 추락사건도 비행기의 구조결함을 밝히는 계기가 됐다.엔진과 날개를 핀으로 연결한 이 기종은 엔진의 연결고리가 떨어져 나가며 추락했다.그후 비행기 엔진 접속부분에 대한 철저한 정기점검이 이뤄졌고 DC-10기는 더이상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

공학의 역사가 실패와 시행착오로 점철된 것만은 아니다.달 착륙이나 51년 런던 만국박람회 전시관이었던 유리로 지은 수정궁 건축은 공학의 시도가 훌륭하게 성공한 예였다.저자는 특히“다른 일도 마찬가지지만 공학은 성공보다 실패에서 훨씬 값진 교훈을 얻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성수대교.삼풍백화점.경부고속철도등 부실공사가 판을 치고 엄청난 사고가 반복돼도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과거를 거울삼는 미덕을 찾기 힘들다.공학자의 역할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예견하고 보수해 좀더 안전하고 완벽에 가까운 구조물을 만드는 것.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예고된 재난'은 인간이 겪어온 기술의 역사를 제대로만 알고 있다면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홍수현 기자

<사진설명>

1940년 개통된지 몇달 안된 미국 워싱턴주 터코마네로스 다리가 시속 70㎞의 바람을 못이겨 무너졌다.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고를 계기로 바람에 대한 시험이 현수교 설계의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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