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해태 투수운용 무리로 역전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야구는'투수놀음'에 비유된다.전혀 기대를 걸지 않았던 투수가 뜻밖의 호투로 귀중한 1승을 거두는가 하면 믿었던 투수가 어이없이 무너지면서 다 잡았던 승리를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 6일 삼성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해태는 후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해태 선발 김상진은 7회까지 1백43㎞의 직구와 1백26㎞의 슬라이더를 적절히 배합,막강 삼성타선을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는 호투를 했다.

특히 1회 5번부터 3회 9번까지 다섯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솎아내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완투까지 욕심내던 김은 8회초 선두 유중일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마무리전문 좌완 김정수와 교대됐다.

2-1 한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삼성의 왼손 간판타자인 이승엽.양준혁을 상대하기 위한 것. 김정수는 단 9개의 공을 던져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고 투수교체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해태는 9회에 볼끝이 살아 있는 김정수를 빼고 대신'전가의 보도'인 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임창용은 올시즌 들어 벌써 11경기에 등판해 30.1이닝을 던졌고 전날 OB전에서도 3.2이닝동안 60개의 공을 뿌려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임창용은 안타와 볼넷 2개를 내주며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하더니 유중일과 이승엽에게 2루타를 연거푸 얻어맞아 5실점하고 말았다.

해태 코칭스태프의 무리한 투수운용으로 김상진의 1승과 임창용의 0점대 방어율 기록이 한꺼번에 날아가버린 순간이었다.

광주=김현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