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戰時 청와대 존재 - 한국은행지점 지하 613평 대통령 집무실등 갖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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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 건물을 짓기 위해 헐릴 예정인 한국은행 대구지점(대구시중구동인동) 지하 2층에 있던'대통령 비상 집무실'이 7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戰時)등 유사시에 대비,대통령과 각료들이 임시로 머무를 수 있도록 꾸며진 이 시설은 6백13평 규모로 74년 12월 당시 중앙정보부의 지휘아래 지어진 것. 5공시절 각 지역 도청에 꾸며졌던'지방 청와대'와는 또다른 시설인 이'전시 청와대'는 23년동안 한차례도 대통령이 사용하지 않았다.

청와대 경호실과 중앙정보부가 관리해오다 5공 정권이 들어선 80년대 중반 용도폐기됐다.다만 한때 청와대 서류중 일부가 잠깐 옮겨져 보관됐다가 폐쇄되면서 다시 반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설을 폐쇄할 당시 조명등.변기 등 값나가는 일부 시설과 집기는 옮겨지고 지금은 집무실 공간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태.전기공급도 끊긴지 오래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구석구석 곰팡이가 핀 이 시설의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총리실과 각료실로 불리는 50평쯤 됨직한 공간이 나타나고 다시 안으로 가면 비슷한 크기로 칸막이가 된 방 2개가 이어진다.

한쪽에는 대통령이 브리핑받을 때 쓸 상황실로 불리는 시설이 만들어져 있고 의자.침실.화장실.비밀통로.내부 경비실등 부대시설이 일부 남아 있다.

한국은행 직원들은 중앙정보부가 관리할 때는 물론 그 후에도 이 시설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특별한 명칭도 없이'지하 2층'으로만 불렸으며 출입문을 봉인한채 허락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보안이 철저했던 탓에 경찰도 이 시설을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일반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도록 보안이 유지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대통령 시설이 마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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