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돈 쓰실 분' 찾아 동분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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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은행의 분당 야탑역지점에 근무하는 최방용(41)차장은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 담보대출이 크게 줄어 소액 신용대출 고객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예비고객 한명당 1주일에 두세번, 한달에 10~15번씩 찾고 있다.

최 차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 담보대출로 건당 1억~2억원씩 실적을 올렸지만 요즘에는 소액 신용대출이 대부분이어서 건당 평균대출이 1000만~3000만원에 불과하다"며 "그만큼 많은 고객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불안 등으로 지난달 초부터 예금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은행들은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과 개인이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돈을 빌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의 예대율(총대출잔액/총예금잔액)은 100%를 상회했으나 요즘에는 80~90%대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깎아주고, 예금 금리를 내리는가 하면 대출 담당자의 마케팅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우량기업이나 신용도 높은 개인은 돈을 빌리지 않고 오히려 기존 빚을 갚고 있다"며 "요즘에는 예금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예금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18일 사상 처음으로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3%대로 내렸다. 5월 말 총예금은 129조원으로 금리인하로 한달 새 3조원가량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금 확보보다는 방카슈랑스 등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거래기업 가운데 우수 중소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보증인 없이 연 5.5%의 금리로 전세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일반 전세자금 금리가 연 7~8%인 것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다.

외환은행은 대출 부문의 마케팅을 대폭 강화했다. 대출 실적이 많은 직원을 선발해 1주일간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으며 세일즈 매니저가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출 마케팅 교육을 하고 있다. 또 대출 담당 직원이 중소기업에 금융비용 절감 방안뿐 아니라 경영 컨설팅을 해주며 대출을 유도하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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