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모레 '장미의 기사'등 담긴 음반 이달말 국내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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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오페라 한편을 무대에 올리려면 남녀 주인공 외에 많은 배역들이 필요하다.하지만 길거리의 군중들 틈에 섞여 등장하는 소년합창단을 제외하면 15세 이하의 남자가 등장하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귀족에게 편지를 전해주고 말동무를 해주는 시종이나 목동 같은 어린 남자역은 누가 맡을까.밑기 어렵겠지만 바지를 입고 변성기 이전의 남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엄마뻘되는 메조소프라노다.

올해로 오페라 데뷔 11년째를 맞는 미국 애틀랜타 태생의 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레(38)가 자신이 즐겨 해온'바지 역할'로 부르는 아리아들만 녹음한 음반이 이달말께 텔덱 레이블로 국내에 출시된다.

앨범의 제목은'남자라고 불러 주세요(Call me mister)'.남자 정장을 입고 파이프 담배를 들고 찍은 알 카포네 스타일의 커버 사진이 눈길을 끈다.

이 음반에는 모차르트의'돈 조반니'(케루비노 역),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장미의 기사'(옥타비안),요한 슈트라우스의'박쥐'(올로프스키 공작),로시니의'탄크레디'(탄크레디),베르디의'가면 무도회'(오스카),구노의'파우스트'(시벨)가 실려있다.

또 차이코프스키의'오를레앙의 처녀'(잔다르크),구노의'로미오와 줄리엣'(스테파노),벨리니의'캐퓰릿가와 몬테규가'(로미오),마이어베어의'위그노 교도'(우르벵),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스메톤)'루크레지아 보르지아'(오르시니)등 남자역할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아리아들도 함께 수록돼 있다.

카를로 리치 지휘의 웨일스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반주.매우 다양한 음색과 배역으로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라모레가 오페라 가수로 데뷔한 것은 86년 프랑스 니스 오페라에서 모차르트'티토왕의 자비'의 세스토역을 맡으면서부터.세스토는 로마의 젊은 집정관으로 초연 당시는 거세한 남성 소프라노 가수인 카스트라토가 맡았던 역할.데뷔 이후에도'바지'를 입고 로시니의'오리 백작',글룩의'오르페오와 유리디체'에 출연,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설명>

오페라에서'바지 역할'은 거세한 남성 소프라노 카스트라토가 사라진 후 이를 메조소프라노가 대신하면서 생겨난 것.체칠리아 바르톨리와 라이벌전을 펼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레가 평소 즐겨 부르는 바지 역할 아리아를 엮은 음반이 이달말 국내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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