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동기로 대학원 진학하는 사람들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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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취미생활을 발전시켜 학문적으로 본격 연구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종전에는 학부에서의 전공을 되살려 학위취득이나 대학교수로 진출하기 위해 석.박사과정에 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사회생활을 해가며 관심있는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겠다는 순수한 동기로 대학원의 문을 두드리는 전문연구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최근들어 대학원 석.박사과정의 문호가 대학때의 전공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개방적 분위기로 바뀌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진주에서 일반외과 전문의로 활약하고 있는 박인근(朴仁根.39)씨는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전방부대 야산에 피어 있는 야생화에 매력을 느껴 올 3월부터 경상대 대학원 생물학과에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대구시달서구 성서공단의 기계제작업체인 세기공업(주)의 박희섭(朴熙燮.43)이사도 취미삼아 스포츠경영학을 연구하고 있는 만학도. 계명대 스포츠산업대학원 1년생인 朴씨는“어릴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그러나 바쁘게 일하다 보니 스포츠와 점점 멀어지는 것같아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朴이사는“학위를 딴 뒤 생활체육.직장체육 진흥을 위한 각종 운동을 벌여 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또 마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구원(39)씨는 92년 경남대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후 공부를 계속,지난 2월말'이익집단과 공공정책 결정에 관한 연구-한약조제권에 관한 갈등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李씨는“환자들만 상대하다 건강한 인간들의 다양한 욕구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행정학을 연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박사과정에 다니는 동안 한.약분쟁이 터지는 바람에 이 분야에 관한 논문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경상대 교육학과 강재태(姜在太)교수는“학자들만 양성해온 대학원의 기능이 다양한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 변화하는 현상”이라며 “대학원이 학위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해 이같은 사회적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대구.창원=홍권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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