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어떻게 뽑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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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학 모델인 자율형 사립고 30곳이 2010년 3월 문을 연다. 고교 유형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어떻게 운영되고, 현재 시범 운영되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와는 어떻게 다른지 소개한다. 부산지역 자율형 사립고 설립 전망도 알아본다.
 
◆자율형 사립고 운영 방식= 자율형 사립고는 교육과정·교원인사·학사관리 등에서 학교가 광범위한 자율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설립 취지다. 학교장이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건학 이념에 맞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학교를 말한다.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학교장 재량에 따라 특색있는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자립형 사립고에서 좀더 발전한 새로운 형태의 사립학교라고할 수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학생 선발은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와 마찬가지로 입시를 통해 이뤄진다. 비평준화 지역은 학교 자율로 연합고사 성적·내신 등을 반영해 선발한다. 평준화 지역은 시도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서류·추첨·면접 등의 방식을 활용하게 된다.
과열 입시 경쟁을 막기 위해 지필고사와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면접은 할 수 없도록 했다. 모집 정원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의무적으로 20% 선발해야 한다. 교과부는 평준화 지역 학생 선발의 예시로 1단계 서류 심사(학교장 추천서·학교생활기록부 등), 2단계 개별면접, 3단계 추첨을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여기서 1, 2단계는 시도 교육감 결정으로 생략할 수 있으나, 3단계의 추첨은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선발 범위는 광역시도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교통상의 불편이 예상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교육감간의 협의를 통해 인접한 시도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 등록금은 시도 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으나 연간 150만원 수준인 일반 사립고의 3배인 연간 450만원정도가 될 것 같다.


 
◆자립형 사립고와 다른 점=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자율성을 확대했다.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법인 전입금 비율(학생 납입금 수입의 25%)이 높게 책정돼 있는 등 까다로운 기준이 많아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이 때문에 참여할 수 있는 사학이 한정돼 있었다. 자율형 사립고는 이런 점을 보완해 학교설립 요건이 완화됐다. 법인 전입금 비율을 납입금 수입의 3∼5% 이상으로 크게 낮춘 점이대표적이다. 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학교 지정권자가 자립형 사립고는 교과부 장관,자
율형 사립고는 시도 교육감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지만, 자율형 사립고는 광역시도별로 모집해야 한다.
교과 운영에서도 다른 점이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지만, 자율형 사립고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일부 자율로 할 수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현재 부산 해운대고·울산 현대청운고·강원 민족사관고·전북 상산고·경북 포항제철고·전남 광양제철고 등 6곳이 시범운영중이다. 시범 운영기간은 2010년 2월로 종료된다.
기존 자립형 사립고는 희망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자립형 사립고라는 명칭은 없어진다.
 
◆부산지역 전망= 부산지역 유일한 자립형 사립고인 해운대고가 가장 관심사다. 2010년 2월 시범 운영기간이 끝나면 자립형 사립고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자율형 사립고로 통일된다. 해운대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 현재 학생 납입금 수입의 25%인 법인 전입금 비율이 5% 정도로 크게 낮아진다. 다만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 학생 선발이 광역시·도 단위로 제한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전국구’로 쌓아온 학교 명성이‘지역구’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계 사립고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도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부산지역 사립고의 재정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법인 전입금을 학생 등록금의 5%로 낮추더라도 연간 2억 원 정도를 부담할 수 있는 부산지역 사립고는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처럼 구마다 한 곳씩의 자율형 사립고를 설립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지역 25개구에 자율형 사립고를 한 곳씩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율형 사립고 출범 일정= 교과부는 올해 3∼5월 중 시도 교육청별로 자율형 사립고 심의·지정 절차를 진행해 총 30곳을 지정할 계획이다. 2011년까지 모두 100곳의 자율형 사립고를 만들 계획이다. 

프리미엄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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