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매니저>미국 반도체회사 TI 엔지부스 회장 DSP칩으로 회생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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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 반도체 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토머스 엔지부스(44.사진)회장이 어려움에 빠진 회사경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활발히 뛰고 있다.

지난해 TI는 주력제품인 메모리칩의 가격폭락으로 적자를 기록한데다 제리 정킨스 전임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회사의 앞날에 먹구름이 낀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젊은 새 회장 엔지부스는 새로운 반도체칩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를 정리하는등 회사의 에너지를 결집,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현재 TI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데이터신호처리칩(DSP)부문.20년전 개발됐으나 90년대 들어서야 주목받고 있는 DSP칩은 PC.휴대폰.음향기기.모뎀등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현재 DSP시장의 45%를 장악하고 있는 TI는 가격폭락으로 재미를 보기 어려운 메모리칩 분야에서 DSP로 무게중심을 옮긴 상태다.

TI는 디지털 휴대폰칩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이미 노키아.에릭슨 같은 외국 기업들과 손을 잡고 이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는 모토로라를 추격중이다.TI의 휴대폰 관련 매출은 5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2년내에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모토로라도 이미 TI를 이 분야 최대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경계하고 있다.회장취임 이전,그룹의 반도체 분야를 맡고 있던 엔지부스는 TI의 주력사업은 무엇보다도 반도체칩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전임 정킨스회장의 생각을 이어받은 것.이를 위해 TI가 소유하고 있던 방위산업 관련 전자회사와 노트북컴퓨터 분야를 30억달러(약 2조7천억원)에 팔아넘겼다.

엔지부스의 또다른 강점은 함께 TI를 이끌고 있는 젊은 경영진과의 튼튼한 팀워크.반도체 분야를 이끌고 있는 리처드 템플턴과 DSP책임자 마이크 헤임즈는 모두 엔지부스와 함께 휴스턴에서 성장하며 일해온 동료들이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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