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나선주 거평기획조정실 사장-김희찬씨에 속은것 알고 5억여원 회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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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현철(金賢哲)씨가 뒤를 봐준다고 해서 별다른 의심없이 로비자금을 건넸다가 사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거평그룹 기획조정실 나선주(羅善柱.36.사진)사장은 29일“94년 그룹 河모부장 소개로 만난 김희찬(金熙燦)씨가'현철씨에게 얘기해 민방 사업자로 선정되게 해주겠다'며 로비자금을 요구해 사무실로 불러 세차례에 걸쳐 10억원을 줬다”고 털어 놓았다.현철씨의 대학동창인 金씨의 말만 믿고'현철씨에게 얘기를 잘 해달라'며 94년 3월말 金씨에게 착수금조로 현금 5천만원을 건넨데 이어 5월 4억5천만원을,7월에 5억원을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羅사장은“94년 8월 최종 사업자 선정발표에서 7개 신청기업중 거평이 최하위를 기록하자 金씨에게 항의한 것은 물론 돈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9월초 서울종로구중학동 현철씨 사무실을 찾아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현철씨는“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고 94년 9월말 羅사장이 본의아니게 폐를 끼친 것같아 두번째로 찾아가자 현철씨는“특수대로부터 정보보고를 받아 거평이 사기당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羅사장은 또“뒤늦게 사기당한 사실을 깨닫고 金씨의 집에 찾아가보니 金씨는 내가 준 돈으로 49평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고 최첨단 오디오시설을 갖춰놓은 것은 물론 1천2백만원짜리 애완견까지 기르는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羅사장은“金씨의 지출내역을 분석해 부동산 처분 금지소송과 전세권 가압류등을 통해 5억여원은 회수했지만 나머지 5억원은 되돌려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金씨에게 건넨 돈이 현철씨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羅사장은“24일 오후5시 검찰에 출두해 12시간에 걸쳐 자금지출내역과 회수 액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그동안 벙어리 냉가슴을 앓던 속내를 털어놓은 결과 현철씨관련 의혹이 깨끗이 풀려 차라리 후련하다”고 말했다.

羅사장은 거평그룹 나승렬(羅承烈)회장의 장조카로 현철씨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경영연구회 회원이다.羅사장은“지난해 1월 S그룹 金모사장의 제의를 받고 여덟차례 정도 경영연구회 모임에 참석했지만 현철씨나 정보근(鄭譜根)한보그룹 회장을 만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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