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초대시조 - '사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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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 피는 꽃 보는 일도 내게는 왜 슬픔인가 눈 멀어 봄 놓치고 사랑도 다 놓치고 강물만 휑하니 돌아가는 제 그림자도 놓치고2. 어젯밤 만삭이던 달 오늘 저 몰골좀 봐 보름날밤 풀어헤친 저 산들 왜 휘청거려? 봄 한 철 지나고나면 둥치 째 뽑히는 울음3. 세상 건너는 길 어디 하나 뿐이겠나 그렇듯이 사랑도 외길만은 아닌 것을 불지펴 살 내리는 가슴 황사바람만 불고 있다.

◇시작노트=올해는 황사바람이 덜 몰려온다고 한다.

한창 꽃이 필 무렵이면 황사바람이 쓸데없이 몰려와 시야를 가렸는데 꽃을 보는 시야가 탁 트인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피는 꽃도 사랑 없이는 볼 수 없다.사물을 제대로 보는 눈이 없는 것을 탓하다가 뒤늦게 그 까닭을 알았다.

사람 사는 법 멀리 있는 것 아니고 가까이에 두고 헤매고 있을 뿐이다.

'사뇌가(思腦歌)'는'향가(鄕歌)'의 딴 이름인데 어쩐지 그 뜻이'사랑노래'로만 새겨져 아끼던 제목인데 한 번 붙여 보았다.제대로 시가 되는 날이 올 것같지 않으므로.

◇약력▶1940년 충남당진 출생▶1961년 경향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시집'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노래여 노래여''한강'등▶중앙시조대상.육당시조문학상등 수상,시조시인협회회장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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