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홍콩女兒 非情의 추방 - 대륙아동 몰리자 시범적 강력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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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콩의 친구들이 그립다.” 지난 22일 불법으로 홍콩에 체류해온 올해 아홉살의 중뤄린(鍾若琳)양이 어머니와 함께 추방된 뒤 고향인 광둥(廣東)성 산웨이(汕尾)에 돌아와 울먹이며 한 첫마디다.

홍콩에 체류하는 대륙출신자들의 자녀에게는 제한적으로 홍콩거주가 허용되지만 鍾양은 그동안 홍콩당국의 허가없이 부모를 따라 홍콩에 거주해온 것. 홍콩의 매체들은 23일 이 소녀의 추방과정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날 많은 홍콩사람들은 鍾양이 아버지와 동생들과 헤어져 추방되는 과정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鍾양은 생후 3개월에 당시 먼저 홍콩에서 자리를 잡은 아버지와 살기 위해 어머니 저우주인(周足銀)과 불법 입국해 지금까지 홍콩에 거주해 왔다.

鍾양과 어머니는 그동안 두차례에 걸쳐 홍콩에서 추방됐으나 다시 밀입국을 시도해 성공했다.

홍콩에서 정식 체류허가를 받은 아버지를 둔 대륙의 아동은 현재 약 13만명선이다.

이들 아동들의 부모는 모두 자녀와의 동거를 희망하고 있지만 중국과 홍콩정청이 합의한 이민쿼터는 6만명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홍콩당국은 그동안 홍콩내 불법체류 아동들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임해 왔으나 최근 이들 대륙아동들의 밀입국이 줄을 잇자 鍾양을 시범케이스로 선정해 강력한 단속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은 더구나 7월 홍콩반환후에 대륙출신자들의 홍콩입국을 강력히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이들 아동들의 홍콩거주는 더욱 문이 좁아질 형편이다. 홍콩인들은 鍾양의 추방은 결국 홍콩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중국.홍콩당국의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 조치를 이해하고 있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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