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질병그리고의사>14. 눈 질환 下 - 백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백내장은 미국의 안과의사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는 질환이다.매년 2백만명이 수술을 받아 단일질환으로 최고다.지난해 국내에서 백내장으로 수정체를 갈아낀 사람은 8만여명.미국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숫자지만 매년 10%이상 증가하고

있어 이제 감기처럼 흔한 질환이 되고 있다.

백내장은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나이가 쉰을 넘으면 별다른 이유없이 눈이 침침해지며 시력이 떨어진다.이른바 노인성 변화다.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 발병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셈.그밖에 당뇨,눈속의 포

도막염이나 망막질환,외상에 의해서도 백내장이 올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80년대 들어서부터 합병증이 없는 간편한 수술법이 보편화하고 있다는 것.이전에는 수정체 전부를 제거하고 콘택트렌즈나 안경으로 시력을 조절하는 낭외적출술이 전부였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안과 백남호교수는“낭외적출술은 수정체를 들어내기 위해 눈을 10~12㎜나 절개해야 하고 1주일동안 절대 안정,그리고 시력재활도 어려워 수술을 권하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한다.그러나 그가 83년 국내 처음 도입한 초음파 유화흡입술은 이같은 단점들을 완전히 극복,지금은 보편적인 수술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수술의 원리는 초당 4만번 진동하는 초음파로 혼탁하고 딱딱해진 수정체핵과 피질(皮質)을 죽처럼 만들어 흡입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집어넣는 것.이렇게 함으로써 수정체 뒷면인 후낭(後囊)을 남겨 수정체 원형을 보존할 수 있다.3

㎜정도의 작은 절개,15분 내외의 수술시간,빠르면 당일 수술.퇴원도 가능한 것도 이 수술법의 장점들.

하지만 수술중 초음파가 2㎛밖에 안되는 수정체후낭을 파열시켜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도 전체 수술의 3%를 차지,위험부담을 안고 있다.따라서

안전도를 높이려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한창이다.대표적인 것이 어븀야그

레이저를 이용한 유화흡입술.

백교수는“올 상반기에 상품화될 이 레이저는 섬세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후낭 파열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술기법의 발전과 함께 마취방법의 개선도 백내장 환자의 수술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마취방법은 크게 두가지.안구 뒤쪽에 3~4㎝의 주사바늘을

찔러 마취제를 주입하거나 결막을 1~2㎜ 째고 끝이 뭉툭한 주사기로 마취제를

넣는다.전자보다 후자가 앞선 방법으로 마취제 사용량이 적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신촌세브란스 안과 임승정교수는 주사바늘이 아닌

점안마취만으로 대부분의 백내장 수술을 한다.마취제를 마치 안약을 넣듯

한두방울 떨어뜨려 안구를 마비시키는데 이것은 마취에 따르는 통증도 없고

마취바늘이 조직을 잘

못 건드릴 수 있는 위험부담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단 점안마취제는 효과지속

시간이 30분에 불과해 무엇보다 의사의 수술솜씨가 관건이다. 〈고종관

기자〉

<사진설명>

안전하고 간편한 백내장 수술이 속속 개발됨에 따라 고령환자도 합병증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사진은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백남호교수가 초음파 유화흡입술로 백내장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