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에 잡히는 녹색 뉴딜, 학교건물 리모델링부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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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02면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신년 연설에서 올 한 해 국정 운영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연설 중 관심을 끄는 대목은 녹색성장이다. 눈앞의 위기 타개에 급급하지 않고 미래까지 고려해 녹색성장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녹색 뉴딜’을 본격적으로 점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방안으로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원천기술 개발 ▶건물과 교통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폐자원 활용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겠다고 했다.

녹색 뉴딜은 당장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와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꿩 먹고 알 먹는 정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날 발표엔 구체성이 결여돼 있어 아쉽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녹색 뉴딜 계획을 발표한 것과 대비된다. 오바마는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예산을 절감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제시했다. 사례를 들어가며 연방정부 건물들의 낡은 난방 시설을 교체하고 조명시설을 효율성이 높은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실행방안은 오바마가 밝힌 것처럼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당장 착수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학교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학교는 쉽게 공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대상 선정도 어렵지 않다. 국내 건축물에 에너지 절약 개념이 적용된 것은 2000년 이후인 만큼 그 이전에 지은 학교를 대상으로 하면 된다. 공사 범위의 설정도 간단하다. 건물 열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창호를 이중창이나 삼중창으로 바꾸고, 외벽·지붕·바닥의 단열을 보강하면 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전국의 교육 및 사회시설용 건물은 13만8000동이다. 학교 건물만 에너지 효율화해도 그 과정에서 상당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일정 규모 이상 에너지를 쓰는 학교의 신고를 받아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07년 학교 에너지 소비량만 24만TOE(석유 환산 t)에 달했다. 1TOE당 약 3000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학교 에너지 사용량의 10%만 절감해도 연간 7200만 달러(약 930억원)를 아낄 수 있다. 학교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쾌적한 교육 공간을 마련하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초·중·고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혹한기나 혹서기에 방학을 하기 때문에 투자 순위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방학을 이용해 대대적인 공사를 할 수 있고, 가시적인 효과도 금방 얻을 수 있어 뉴딜 사업으론 적격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겨울 방학 기간에 학교 에너지 효율화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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