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서 주운 장갑 빨아서 재활용 - 울산 현대중공업 김창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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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값싼 장갑이라도 빨아서 다시 쓰면 그만큼 절약아닙니까.”

울산 현대중공업 운반기계생산부 김창기(金昌基.35.크레인제작팀)씨는 작업장 쓰레기통에서 주워낸 장갑을 깨끗이 빨아 동료들에게 나눠주는'절약왕'으로 유명하다.

金씨의 이런 절약실천은 벌써 10년째 계속되고 있다.입사 1년뒤인 88년 결혼하고부터 장갑 한 두켤레씩을 집에 갖고가 부인 박연자(32)씨에게 빨게 해 회사에 다시 가져가기 시작했다.

金씨가 이렇게 해서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장갑은 한달에 50~1백여켤레.새 장갑 한켤레 값이 1백50~1백70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9년간 金씨가 재활용한 장갑의 값어치는 1백80여만원 상당.金씨는 매일 휴식시간을 이용해 쓰레기통

을 뒤지며 버려진 면장갑중 구멍나지 않은 것들을 골라 낸다.용접 또는 기름작업을 하는 金씨의 크레인제작팀 작업장에는 하루만 사용해도 장갑이 새까맣게 변해 구멍날 때까지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멀쩡한 상태에서 많이 버려진다는 것.

金씨의 이런 정신이 알려지자 이 회사 해양사업본부는 올해부터 장갑을 재활용키로 하고 지금까지 1만3천켤레의 장갑을 세탁해 이달부터 새장갑 지급때 30%의 비율로 섞어 나눠주고 있다.

'회사 물건을 내것처럼 아껴쓰자'는 공장벽의 구호를 실천하고 있는 金씨는“절약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쑥스럽게 웃는다. 〈울산=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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