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험 CEO들도 “위기 속 기회 찾자” 신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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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겠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2일 이 같은 취지의 신년사를 일제히 발표했다. 경기 둔화에 따라 부실 대출이 증가하면서 위험 관리와 내실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황 회장은 “올해 금융 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금융회사들이) 합병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고 할 것”이라며 “인수합병(M&A) 전략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위기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해외사업에 대한 관심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그룹 이인호 사장은 “위기의 끝에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며 “인재를 키우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은 “긍정의 에너지를 마음속에 품고 위기를 이겨내자”고 독려했다. 그는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예로 들면서 “작은 부분을 세밀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그룹의 자산과 명성을 하루아침에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와 파생상품 판매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사 CEO들도 비슷한 내용의 신년사를 내놨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마음가짐으로 신발 끈을 다시 매자”고 말했다. 해현경장은 아무리 뛰어난 거문고 연주자라도 줄을 잘 조여야만 제대로 연주할 수 있다는 뜻으로 개혁을 상징하는 말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몰려오는 파도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2010년에 초점을 맞추자”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고객과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배·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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