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CO₂덜 내뿜는 ‘친환경 한우’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기축년(己丑年) 소띠 해가 밝았습니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소는 근면함과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서양에서도 소는 중요한 재산이었습니다. 영어에서 소를 뜻하는 ‘cattle’과 자본을 뜻하는 ‘capital’이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소를 풍요의 여신으로 숭배하고 있는 인도에선 사람은 굶어도 소들은 배불리 먹고 거리를 어슬렁거립니다. 인류학자들은 인도인들이 소를 잡아먹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굶어죽게 됐을 거라고 합니다. 소를 잡아먹는 것보다 쇠똥을 연료로 이용하고, 소에게 쟁기를 끌게 하고, 우유를 얻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죠.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은 연간 3억t가량 됩니다. 지구상에는 12억 마리가 넘는 소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소를 기르기 위해 숲이 목초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멕시코 열대림이 줄어드는 원인의 60%는 소 사육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소가 배출할 때 내뱉은 메탄가스는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또 숲을 베고, 육류를 운반하고 냉장 보관하는 과정에도 에너지가 소비되고 온실가스가 나옵니다. 유엔의 추산에 따르면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8%는 가축 사육에서 나옵니다. 자동차·비행기에서 나오는 것보다 많습니다. 뉴질랜드는 메탄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소 품종과 사료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반도에는 다양한 토종 한우가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와 1960년대 한우 개량사업을 거치면서 황갈색종으로 단순화됐습니다. 물론 일부 농가와 축산연구소에서는 칡소·흑소·황만선소·모반우 등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소의 해를 맞아 토종 한우 가운데서 고기 맛이 뛰어나면서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품종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