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누리의 친구 아기코끼리 덤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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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로 다섯살이 된 딸 누리는 요즘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유치원에 다녀오면“엄마,아기코끼리 덤보 비디오 보여주세요”하는 것이다.

네살위인 오빠 장완이가 다른 비디오를 권하기도 하지만 막무가내다.누리가'아기 코끼리 덤보'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서커스단 일원인 엄마 코끼리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아기코끼리 덤보.그러나 귀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다른 코끼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천대받는다.엄마 코끼리를 따라 서커스 공연에 나선 어느날 구경온 어린이 관객들은 아기 코끼리 덤보를 보자“야,저 코끼리 좀 봐! 귀가 너무도 우습게 생겼네”하며 덤보의 귀를 잡아당기고 놀리며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날 덤보는 영리한 친구 생쥐의 도움을 받아'코끼리 피라미드'란 공연의 주인공으로 선발된다.드디어 공연 날.여러 마리의 코끼리가 어렵게 만들어 놓은 코끼리 피라미드가 덤보의 실수로 인해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또 다시 슬픔에 빠진 덤보는 엄마 코끼리의 따뜻한 격려와 그를 아끼는 까마귀들과 생쥐의 도움으로 큰 귀를 이용해 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는 코끼리'로 유명해진 덤보는 일약 스타가 되고 만화영화는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누리가 그토록 좋아하는'아기 코끼리 덤보'에서는 안되는 일이 없어 보였다.

누리는 주인공 덤보가 슬플 때 함께 슬퍼하고 냉대와 멸시를 이겨 내고 당당히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하는 듯하다.누리의 어린 마음에도 덤보가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용기가 감동스러운 것일까.'운명을 개척하는 주인공에게 보내는 박수'와 같은 거창한 소감은 아니겠지만 아이가 느끼는 감동을 조금이나마 같이 나누고 싶다.또 그 감동이 누리에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바람일까.

구정숙〈경기도안산시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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