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키코’ 첫 효력정지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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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옵션상품인 ‘키코(Knock-In Knock-Out)’에 대해 법원이 첫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키코 때문에 도산위기에 처할 정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사건에서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재 수백 개의 기업이 키코 관련 소송을 제기해 놨는데, 이번 결정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동명)는 30일 ㈜모나미와 ㈜DS LCD가 SC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옵션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모나미 등이 해지 의사를 송달한 올해 11월 3일 이후 부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계약 당시 각 기업과 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했는데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남은 기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예견되는데 이는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므로 계약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급등하면 모나미 등에 무제한의 손실이 생겨 은행이 손실을 제한할 수 있는 다른 거래 조건을 모색해 권할 의무가 있다”며 “은행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적합성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특히 “계약이 내포한 위험에 대해서도 일반적·추상적으로 알렸을 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환율이 안정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만을 강조하고 상승할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율 급등으로 모나미는 지금까지 20억여원, DS LCD는 273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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