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신탄진에 사는 박모(14·중 1)군은 생후 14개월이던 1995년 가스 폭발 사고를 당했다. 박군의 아버지는 불길 속에서 박군과 누나(당시 4세)를 안고 뛰쳐나온 뒤 숨졌다. 어머니도 그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박군에게 부모를 잃은 슬픔도 잠시. 화상이라는 엄청난 시련이 찾아왔다. 안면 화상 때문에 시력 상실 위기에 처해 있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면서 응급 치료만 받았고 흉터 제거 수술은 먼 나라 얘기가 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려 했지만 안면 화상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다. 결국 그는 이리저리 사정을 한 끝에 정신지체 아동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 후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손가락·다리·팔 부위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아직도 얼굴에 큰 흉터가 남아 있다.
화상을 입은 사람에게 흉터는 평생의 고통이다. 이 때문에 사회 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하지만 상당수는 얼굴 흉터 등을 제거할 엄두를 못 낸다. 여기에 드는 돈은 한 번에 1000만~2000만원. 환자에 따라 5~6차례 까지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수술할 엄두를 못 냈다. 눈을 감지 못 하거나 음식을 씹지 못하는 등 화상으로 인해 눈이나 입, 코 등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화상으로 인한 흉터 제거 수술이 쌍꺼풀 수술 같은 미용 성형 수술로 취급받아온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연간 58만 명이 화상 치료를 받는다. 화상은 저소득층이 많이 당한다. 주거나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강성심병원 김시내 사회복지사는 “화상 환자는 흉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면서 대인관계와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이런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화상으로 인한 얼굴 흉터 제거 수술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주로 이마나 볼에 생긴 흉터가 대상이다. 만약 콧등에 화상 흔적이 있으면 이것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화상으로 인한 흉터만 해당될 뿐 칼에 베인 흉터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연간 6만여 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다만 한 차례 수술만 적용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창준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흉터 크기나 깊이와 관계 없이 의학적으로 성형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화상이라면 보험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