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선정 스포츠 지도자 파워랭킹 (下 ) 공동 2위 역도 오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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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 악역을 자처하시지만 우리에게는 한없이 자상하시다. 전통적인 아버지상과 세련된 오빠의 장점만을 모으신 분이다.”

올림픽을 100여 일 앞둔 순간부터 오 감독은 냉정해졌다.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을 차단하며 선수 보호에 나섰다. “내가 죄인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은 선수들이 메달을 안고 많은 분의 축하를 받게 하고 싶었다.”


오 감독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75㎏ 이상급 장미란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윤진희는 53㎏급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오 감독에게 지도자 파워랭킹 아마 부문 2위에 올랐다고 전하자 “내가 그런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한 발 물러선 뒤 “베이징에 간 4명 모두 메달을 노릴 만한 선수들이었다. 장미란과 윤진희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한 것은 내 잘못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보탰다. 2003년부터 여자대표팀을 맡은 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장미란의 그늘에 가려진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국내 대회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면서도 국제대회에서 영광을 맛보지 못한 채 은퇴해야 했던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윤진희·임정화 등의 기 살리기에 최선을 다했다.

장미란에게는 끊임없는 동기부여로 기록 향상을 유도해 냈다. 베이징에서도 오 감독은 ‘무솽솽이 없어 금메달을 땄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장미란이 세계신기록에 도전하도록 밀어붙였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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