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5천명 운집 눈속 미사 - 교황 보스니아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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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3일 오전10시15분(한국시간 오후5시15분)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시내 코세보 스타디움에서 역사적인 미사를 집전하고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보스니아 국민들을 위로했다.

교황은 대부분 크로아티아계인 약 4만5천명의 신도들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야외 미사 강론을 통해“사라예보는 어떤 의미에서 20세기의 상징이 됐다”며 “사라예보 시민과 보스니아 국민들에게 정의의 사도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하고 있음을 증거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다.

교황은“사라예보는 1914년에는 1차 세계대전 발발과 관련되더니 금세기말에는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5년간의 전쟁을 또다시 겪었다”면서 앞으로 모든 보스니아인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기원했다.

이날 미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파견한 1만5천명의 보스니아안정군(SFOR)이 헬기와 장갑차등을 동원,삼엄한 경비를 펼친 가운데 진행됐다.

한편 교황은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알리야 이제트베고비치 회교계 대통령과 크레시미르 주박 크로아티아계 대통령,몸칠로 크라이스니크 세르비아계대통령등 보스니아 지도부와 만나“평화는 가능하며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화해와 용서를 통해 고통의 상징을 공존의 장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호소했다.

교황의 이번 보스니아방문은 당초 계획보다 3년이나 늦어진 것이지만 최근 회교계와 크로아티아계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보스니아에 평화정착이 가능함을 시사해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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