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채석장 인근주민 발파음과 진동으로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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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채석장에서 4백쯤 떨어진 곳에서 소를 먹이고 있는 이재웅(李在雄.62.구미시도개면다곡2리)씨는 분만을 2개월 앞둔 지난달 21일 소가 유산하자 허탈에 빠져 있다.

소가 유산한 것은 95년과 96년 여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李씨는“채석장이 들어서기 전엔 이런 일이 없었다”며“이번 유산도 지난달 20일 오후3시쯤 있었던 채석장 발파음으로 인해 소가 놀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마을 주민들이“발파음과 진동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송아지 유산사건은 채석장이 들어선 91년6월이후 지금까지 10여건.

“발파 때마다 집이 흔들리는 진동을 느낀다”는 주민 권만수(權萬洙.57)씨는“몇년전에 새로 지은 집인데 안방 벽에 수평으로 길게 균열이 생겼고 천장과 벽이음새 곳곳이 갈라지는등 무너질 것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채석장에서 들려오는 발파음과 분쇄기 소음 때문에 하루종일 시달린다”며“깜짝깜짝 놀라 밤잠도 이루지 못하거나 전화로 얘기를 주고받을 수없을 때도 많다”고 고통을 털어 놓는다.

채석장이 들어선 곳은 구미시도개면다곡2리 산골마을인 신화촌.경북구미시선산읍에서 동쪽으로 12㎞정도 떨어져 있다.

이 마을 앞.뒷산인 냉산과 청화산이 문제의 현장으로 화강암으로 가득찬 이곳에서 돌을 깨 레미콘 자재인 자갈을 만들고 있다.

맨먼저 ㈜대양기업(대표 김봉세.이용원)이 91년6월 마을 오른쪽 4백50떨어진 곳에,이어 ㈜아주산업(대표 손고신)이 91년7월 마을 앞쪽 왼편 8백 떨어진 거리에 채석장을 만들었다.

㈜원창개발(대표 이상신)은 92년6월 마을 앞쪽 5백 떨어진 위치에서 돌채취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5년간 선산군청.김천경찰처.구미시청등을 1백여차례 찾아다니며 사정을 호소하고 경북도청.감사원.정부합동민원실에 수십차례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원창개발은 96년6월11일 허가기간 만료후 더이상 개발하지 않고 떠났다.

그러나 95년12월31일로 허가기간이 끝난 ㈜대양기업은 10년간의 연장허가를 신청했고 경북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주민피해를 고려해 허가기간중 선산군수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받았던 1년6개월만큼 연장한 98년4월19일까지 채석허가를 내주

었다.

㈜대양기업은 이에 대해“주민들에게 전혀 피해가 없으며 위법사실이 없는 사유림내의 채석”이라며 지난해 7월 대구고법에 행정소송을 냈다.

97년1월26일 채석허가가 끝난 ㈜아주산업은 일단 개발을 중지했으나 그 후신인 정한건설이 같은 자리에 97년부터 2001년까지 채석허가를 구미시에 신청하자 경북도 행정심판위원회는 1일 허가해 주도록 결정,주민들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구미=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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